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헝거 게임 시리즈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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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0년 만에 돌아온 헝거게임 프리퀄의 이야기


헝거 게임 시리즈, 실은 책보다 영화로 먼저 접한 시리즈다.

제니퍼 로렌스의 여전사 이미지를 각인시켜준 영화였고, 온라인 서바이벌 게임을 모든 나라에 생중계한다는 점과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살육과 사랑의 감정조차 연기를 해야 하는 이야기는 현실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기에 잘 와닿았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터져도 사람들은 모른 척하는 경우도 많고, 넘치는 리얼리티 쇼 속에서 현재는 유튜브라는 1인 방송 체제가 있다. 자신을 브랜드로 만들어서 홍보하는 게 일상이 된 요즘 보면, 저런 연출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다가온다.

영화를 재미나게 보니, 원작 소설에도 관심이 갔던 경우인데, 원작이 함께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던 청춘 서바이벌 게임 관련 영 어덜트 소설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았던 작품이었다.


수잔 콜린스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한 헝거게임, 최근 북폴리오에서 리커버판도 재출간했다.


디스토피아적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데서 유사점이 있는 작품들 중 할리우드 영화로는 첫 스타트를 끊은 원작이어서 그런지 스토리가 굉장히 탄탄하다.  영 어덜트 소설 중에서는 너무 적절한 로맨스도 있으면서 로맨스로만 치중하지 않은 수작이다.(좌로부터 배틀로얄, 메이즈러너, 다이버전트)



2012년~2015년까지 제니퍼 로렌스라는 배우의 진가를 알게 해줬던 작품으로 꽤 재미나게 봤던 영화들.


12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진 독재국가 ‘판엠’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생존 전쟁 ‘헝거게임’.

일 년에 한번 각 구역에서 추첨을 통해 두 명을 선발, 총 24명이 생존을 겨루게 되는 것을 원칙으로 진행되는 게임은 실시간 생중계되며, 선택할 수 있는 무기는 단 하나. 아이돌 프로그램처럼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어야 하기에, 시청자에게 어필할 만한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동생을 대신해서 자원한 캣니스는 처음엔 생존하기 위해서 필사적이었으나, 의도치 않게 엄격하게 적용되는 게임의 룰을 바꾸게 되면서 독재국가를 바꿀 혁명의 불씨이자 희망의 상징으로 부각된다.

디스토피아적 근미래를 다룬 SF 소설이지만, 현실의 정치나 이념에 따른 갈등도 그리고 있어서 영 어덜트 소설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면이 많은 전작과 영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엇을 위한 혁명과 평화인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10년 만에 등장한 수잔 콜린스의 신작이자, 헝거 게임 프리퀄 시리즈라는 이 작품.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가 기대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헝거게임이 열린지 약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전쟁 속에서 시작하고 이야기 속 주인공이 판엠의 독재자인 코리올라누스 스노우라니, 흥미진진하다.

실은 헝거 게임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 중 하나라면, 코리올라누스 스노우다.

사람들의 공포와 두려움을 적절히 이용해서 통제하는 모습이나, 자신을 철저하게 이미지화 시킨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전형적인 독재국가의 수장이지만, 신뢰를 가장 중요시하고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희망.

공포보다 강한 유일한 것이지. 희망이 작게 있으면 효율적일세.

희망이 너무 많으면 위험하고. 불꽃이 하나 정도 있어도 괜찮지, 억누를 수면 있다면 말이야

아, 친애하는 에버딘 양. 난 우리가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생각했는데.


- 영화 속 코리놀라우스 스노우의 대사


화려함을 연출하던 그의 멋진 모습. 하얀색 장미와 멋진 옷차림과 매너는 대중을 위한 것이었을까?


독재란 무엇인가를 스노우를 통해서 보여줬던 영화 속에서 때론 적에게 자비를 보일까 싶다가도

밟아도 꺼지지 않는 불길은 훗날을 위해서 좋지 않다고 느끼고 빠른 처단을 생각하는 냉정한 인물.


대중을 휘두르는 카리스마의 절정과 쇼맨십이라는 걸 알았던 스노우 대통령.

하지만 권력의 정점에서 고독함과 그 무게를 견대어낸다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줬던 인물이기에 매력적이다.


하얀색 장미와 엄청난 카리스마로 대중과 권력을 휘어잡은 스노우의 과거는 과연 어땠을까?

놀랍게도 전쟁 중 몰락해 쓰러지기 일부 직전의 명문가의 가장으로 등장한다.

간신히 집에 있는 의상을 고쳐서 겉으로 보기엔, 괜찮아 보이지만 실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으로 집안의 자존심과 공부를 끝마치기 위한 오기로 하루하루 버틴다.


판엠의 보석,

강력한 도시,

여러 시대 동안 너는 새롭게 빛나노라.

너는 우리에게 빛을 줘.

너는 다시 통합시켜.

너에게 우리는 서약해.

우리의 캐피톨, 우리의 생명!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 판엠의 보석(캐피톨 주제가)



전쟁 후 10년이 지났지만 먹을 것조차 쉽게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아침마다 옛 가문의 영광을 꿈꾸며 노래를 부르시는 할머니와 자신의 뒷바라지를 위해서 피눈물 나게 노력하는 티그리스와 함께 살아가지만, 만성적인 돈 부족으로 우등생이지만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우승상금을 거머쥘 수 있는 헝거 게임 멘터라는 기회는 놓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비웃기라도 하듯, 아버지와 오랜 친구였던 학장은 그에게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12구역의 소녀 루시 그레이를 배정해 주었으니. 지금은 몰락했으나 영광스러운 가문의 이름을 먹칠하게 될까 그는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캐피털 아닌 12구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산전수전 다 겪은 소녀 루시 그레이는 호락호락한 소녀가 아니었다. 등장부터 이미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주목을 단번에 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노래 실력을 가졌기에, 루시를 이용해서 어떻게든 대회에서 우승하려고 목표와 전략 자체를 바꾼다.




멘터가 되어 헝거게임의 조공인을 승리로 인도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12구역 소녀를 배정받고 자존심이 상한 스노우였지만. 

알고 보니 그녀는 꽤나 매력적인 보이스를 지닌 소유자였고, 

산전수전 다 겪었기에 매우 영리했다.


하지만, 예상치 않게 그녀와 함께 헝거 게임을 진행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향한 연민의 감정이 점차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 언젠가 영화에서 옛사랑을 회고하는 듯한 대사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졌는데, 이 책에서는 혈기왕성한 10대 후반의 청년의 놀라운 감정의 변화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놀라웠다. 독재자의 첫사랑이라니, 그것도 평소 그가 인간 취급하지 않던 12구역의 조공인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우리가 통제해야죠.

전쟁을 끝내는 게 불가능하다면 우리가 언제까지나 통제해야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요.

구역을 점령한 평화 유지군과 엄격한 법률을 통해서요.

그리고 헝거 게임 등으로 누가 우위에 있는지 상기시켜 주는 겁니다.

어떤 시나리오에서든 우위를 갖는 게 더 낫습니다.

패배자가 되기보다는 승리자인 쪽이 낫죠.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 182p

책은 1부 멘터, 2부 수상, 3부 평화 유지군으로 나눠져있는 챕터처럼 이 책은 어찌 보면 누구보다 자긍심 높았던 스노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스노우가 항상 이긴다는 가문의 신념과 몰락해가는 명문가의 마지막 자존심을 걸고 시작한 인생의 주사위 같았던 헝거 게임 속에서 그의 마지막 남은 인간성은 사라져버린다.

오직 생존을 위해서 변한 그의 모습과 이후, 특기인 독은 어떻게 활용하는지, 자신이 경험한 것을 헝거 게임의 규칙에 적용해서 어떻게 재정비하는지를 보여준다.

헝거 게임이 어떻게 그를 바꾸게 되는지, 헝거 게임에 멘터로 들어갔다가 직접 그 게임에 난입되면서 그게 한 경험이 그를 변하게 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찌 보면 그도 누군가의 거대한 프로젝트 속에서의 실험자였던 것일까.



헝거 게임 속에 개입되고 난 뒤에 그는 영원히 변해버렸다.


아직은 게임의 규칙이나 설정이 완전하지 않은 헝거 게임의 규칙과 디테일은 

재정비하게 되는 건 누구였을까?


한 번의 끔찍한 경험은 누군가의 인생에 대한 시각을 바꾸기 쉽게 한다.

어찌 보면 이 소설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다루고자 한 것은 인간 안에 내재된 본성이란 과연 무엇인가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이나, 이언 매큐언의 소설에서처럼 말이다.

헝거 게임은 어찌 보면 그 숨겨진 본성을 드러내고 자극하게 한다.

결코 잊을 수 없는 방식으로 공포와 두려움을 심어주고, 사람들을 통제하는 무자비한 방식의 쇼.

어떻게 그 실험이 시작되었는지, 그 실험의 대상이자, 훗날 캐피톨의 독재자가 되는 스노우를 통해서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과연 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단순히 선악으로만 나눌 수 있는가. 그 선악은 어찌 보면 인간이 인위적으로 조정한 관점이 아닌가.

생존 앞에서 인간은 어떻게 변하는가를 냉혹하게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최정점을 찍었다가 한없이 추락하는 기분을 느끼며 평화 유지군에 가게 된 스노우


훗날 혁명의 상징이 되는 모킹제이의 탄생에 대한 배경이 나오는데, 매우 흥미롭다.

통제를 벗어나고 사람들을 동요시키는 존재여서 싫어하는 스노우.


요즘처럼 어지러운 시절, 자신을 잃어버리기에 딱 좋은 시점에 사람의 본성에 대해서 의외로 깊이 있게 고찰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소설 속에선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마지막에 사람은 숨겨진 자신의 본성을 따라 살게 되고 선택을 하게 된다는 점이 의외로 소름 끼쳤다.

상황에 휩쓸리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 같지만, 결국 그 선택이 그 사람을 이룬다.

인간이란 자신에게 가장 이로운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걸 다시 한번 통감하게 되었기에, 누군가가 서서히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서 무서웠다.

그리고, 그 존재가 자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더 두려워지는 작품이다.


헝거 게임.

가장 사악한 충동을 영리하게 스포츠 행사로 포장한 거지.

엔터테인먼트로 만든 거야.

우리들 중 가장 무결한 사람마저 헝거 게임에서 살인자로 변한다면 그건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의 본질적 천성은 폭력적이라는 뜻이겠죠.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575, 576p



스노우는 어떻게 인간성을 잃게 되었는가가 부재로 떠오를 만큼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진다.

이 책을 읽는 그 누구나 불편하지만, 쉽게 부정할 수만은 없는 건 크던 작던 

스노우같은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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