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 작은 가게를 기획합니다
김란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나만의 공간을 창업하고 싶은 분들이 꼭 봐야 할 현실 조언이 가득한 책.



작년에 영화제 겸 강릉 여행을 갔을 때, 굉장히 예쁜 공간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안목항 주변의 커피 거리에는 멋진 카페들이 가득했고, 예상하지 않고 거닐었던 임당동 성당 주변은 문화의 거리로 각각의 개성을 가진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눈이 띄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가게 하나하나 둘러보고 싶었을 만큼 좋았던 공간들이었지만, 일정이 빠듯했기에 늘 쫓기 들 급하게 사진만 찍고 지나쳐야 했다.

그런 공간들을 보면 절로 가슴속에 묻어놨던 나만의 카페를 만들어 운영해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꿈을 맨 처음 품었던 때는, 막연하게 제과제빵과 쇼콜라티에 자격증도 따보려고 했다.

허황되게도, 내가 제과제빵을 책임지고 다른 누군가를 만나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게 해야지라는 망상을 꿈꿨던 때가 잠시 있었다.

하나둘씩 알아보면서 부딪치는 현실적인 벽과 자격증을 따는데 실패하자 막연한 꿈은 접어두게 되었다.


강릉 임당동 주변 문화의 거리 근처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는 카페나 공간들.


안목항 주변 커피 거리에서 단연 눈에 띄는 롱 브레드라는 카페.



결정적으로 자영업을 꿈꾸지 않는 이유는 동네에 새로 열린 가게들이 몇 달도 못 버티고 빠르게 망하고 있어서다.

신도시와 구도시 사이에서 그런 체감 온도를 확 느낄 수 있는데, 불경기에 창업을 꿈꾸고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대다수의 가게 중에 살아남는 가게는 정말 몇 안 된다.

굉장히 오랫동안 살아남았다고 생각하는 가게들도 10년이 안되어서 다른 가게로 바뀌었다.

고된 직장 생활, 정년은 빨라지고 나이 들면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일은 없을까?

이런 고민이 자꾸만 창업을 꿈꾸게 한다.

그것만이 아니어도, 현대 사회에서 취향이 비슷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꿈꾸고, 그런 사람들과 닿기 위해 만들고 싶어 하기도 한다.

막연하게 창업을 꿈꾸거나, 구체적인 계획 없이 카페나 하나 차려볼까?

독립서점이나 한 번 꾸려볼까 하는 분들에게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부드럽게 알려주는 책.

공간 디자이너 김란이 알려주는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가이드>

공간 창업자는

'내가 일할 공간'을 직접 만드는 사람입니다.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By 김란

이 책은 공간 창업에 반대한다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그럼 이 책은 창업을 말리는 책일까?



"(창업을) 안 하는 게 돈 버는 거라고요"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가이드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이 책은 <공간 창업에 반대합니다>로 시작한다.

그 언젠가 출판사 강연 들었을 때 편집자 출신의 대표가 자신에게 속상하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상대하기 너무 지쳐서 편집자 입장에서 출판 관련 책을 출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사연처럼 저자 또한 막연한 공간 창업을 꿈꾸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쓴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작은 가게를 기획합니다>라는 책의 부제가 눈에 확 들어온다.

친구인 직장인 A가 공간 창업을 하려 하고 그걸 저자가 도와주는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기에, 매우 친근하게 잘 읽을 수 있다.

가까운 친구라서 더 말리고 싶어 하는 심정이 느껴지고, 답답해하는 저자의 내면 독백은 덤이다.






목차를 읽어보면, 결국 창업을 응원하는 책이다.

하지만 낭만적 퇴사 후 적당히 창업을 꿈꾸는 분들에게는 팩트 폭행하는 책이기도 하다.


창업을 하기 전 반드시 체크해야 할 목록을 크게 6가지로 나눠서, 공간 창업을 하기 전에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만 모아놓았다.

아이템 선정의 경우, 저자가 직접 참여했던 <동해안 공간 기반 청년 창업>의 중간 상황 발표를 직접 소개하고 있다.

분야도 느낌도 다른 각각의 공간 창업을 어떤 계기로 시작하고, 진행해왔는지에 대한 짤막한 인터뷰가 있다.

불안한 나머지 덜컥 부동산 계약부터 하고 온 친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돕게 되는 저자의 조언은 살짝 눈물겹기도 하다. 책을 보면, 내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맨땅에 헤딩하려고 했었구나가 바로 느껴진다.

디자인, 공사는 오히려 쉽다. 홍보와 공간 운영이 어렵다.



제 관심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특정한 공간에서 창업자의 매력을

더욱 느끼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매출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공간 창업은 시간과 경험을 파는 사업이니까요.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By 김란



독립서점을 할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들. 친구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떠오르는 내면 독백일 듯한 저 질문들을 보면서 혹시 뜨끔했었다면 창업을 다시 생각해보자.


동네에 독립 서점 같은 공간이 없어서, 다시 한번 허황된 생각을 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슬그머니 다시 접게 되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명확한 청사진이 없다면 이 책을 보면서, 차근차근 체크해보길 바란다.

모든 것에는 비용이 들어가지만, 비용을 아끼려고 직접 진행하다가 더 힘든 상황이 오기도 한다.

자영업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회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더군다나 독립 서점이라는 공간은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니다.

책 외에 이 다른 것도 함께 팔아야 생존할 수 있다. 사람들이 어느 공간에 올 때 한 가지만 원하고 오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경험을 얻고 싶어 한다. 책 외에 다른 것들, 카페, 북토크, 다양한 강연, 사람들을 이어주는 협업공간으로 존재하기도, 공간 자체를 대여하기도 한다.






작은 공간은 아니지만, 강릉에서 봤던 고래 서점은 지역주민의 문화 공간이자 빵집과 카페, 그리고 책을 파는 공간이었다.



사업 관련 경험, 사업을 위해 꼭 해야 하는 일, 같이 일하는 사람, 예상되는 비용 항목과 원가 구조, 고객을 찾고 만나는 방법, 목표 고객, 영업과 판매 방법, 예상 수입, 우리만의 특별한 서비스 등 차곡차곡 체크해 오라고 숙제를 던져주기도 하고 같이 고민하고 조언해주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 '인스타그램 하면 되지 않아?'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 분들이 많으셨는지, 홍보를 구체적으로 확실한 대상에게 할 것을 당부하는 저자.

운영자의 눈으로도 소비자의 눈으로도 경쟁업체의 타 공간을 꼼꼼하게 체크해보고, 나아가서 자신이 만들 공간에도 적용하라고 강조한다.





공간 창업도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비슷한 거리에 위치한 독립서점이지만

서로 다른 느낌의 동아서점과 문우당 서림.



작은 공간이지만, 창업할 때의 목적을 확실히 해야 한다.

진심으로 공간 창업을 하고 싶은 것인지, 사치스러운 취미생활을 벌이고 싶은 것인지 분명히 결심을 하고 인테리어 비용을 결정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단순히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라면, 사치스럽게 꾸밀 필요도 없이 공간을 빌려서 하면 그만이라고 이야기한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금으로 창업을 하는 것이라면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책에서는 다음 단계로 나갈수록 명확하고 날카롭게 질문을 던진다.

한 달 기준 예상 영업이익은 어떻게 나오는지, 그러려면 매출을 어느 정도나 올려야 하는지 지극히 현실적으로 이야기한다. 위치 선정에 있어서도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할지에 대해서 꼼꼼히 적혀있다.

특히 서점에 대해서는 완벽한 조건의 위치를 선점할 수 없다면, 자신만이 원하는 조건으로 선별하는 걸 추천하고 있다. 오랜 시간 있어야 할 조건이라면, 최소한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영업이익과 위치 선정에 대해서는 지극히 차분하게 현실적인 것들을 따져서 이야기해준다.

서점 일이 생각보다 훨씬 힘들어요. 꼭 하셔야 하겠어요?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By 김란

서점을 내기 위해서 독립서점 주인들을 붙잡고 물으면 한결같이 저렇게 이야기한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일하는 공간을 세심하게 디자인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개인 작업실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고객들이 드나들면서, 그들을 위한 경험을 기획하고, 자신이 일하기 편한 공간이어야 한다. 혼자 운영하는 작은 공간이라면 더욱 자신의 편의를 생각해서 디자인해야 한다.

지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운영을 할 수 있는 디자인이 더욱 필요하다.



홍보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게나 강조했던 SNS 홍보는 공간을 오픈하기 전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

희미하게 알고 있는 홍보는 과연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지인이나 아는 사람들을 초대하기보다는 꾸준히 관심을 표해왔던 동네 인근 주민들이나 사람들, SNS 팔로워들을 초대하는 게 좋다고 이야기한다.

공간을 새롭게 오픈할 때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는 느낌이 중요하기에.



공간을 유지하는 중요한 모임은 어떻게 기획하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나와있다.

사람들이 모임에 나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잘 생각해보면 해답은 나온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혹은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공통적인 주제에 대해서 서로 의견이나 대화를 나누기 위해 모임에 참여한다. 강연과 강의가 아닌 이상 무료가 아니라 비용을 지불하고 참여한다면, 특정인만이 독점해서 이야기하는 모임의 경우엔 다시 참여하기가 꺼려진다.

시간에 따라서 약간의 간식이나 음료는 모임의 분위기를 밝아지게 하기도 한다.



'한 번도 안 해봤고 잘 모르는 일"을 좋아한다는 저자는 결국 이렇게 이야기한다.

'언젠가 만들 내 공간'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계속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책이 공간 창업을 막연하게 꿈꾸던 분들이 작게라도

무엇인가를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By 김란

나만의 공간을 꿈꾸고 있는 분들에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청사진을 살짝 보여주는 저자는 자신이 디자인했던 공간들과 프로젝트를 예로 보여줬었다. 그리고 책 말미에는 그녀가 참여했던 <동해안 공간 기반 청년 창업> 프로젝트에 등장하는 공간들과 서울, 춘천, 제주 등 목록이 나와있다. 책을 가지고 그 장소들을 방문해보라고 한다.

이 부분을 보면서 작년 강릉 갔을 때 봤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임당동쪽에 조성된 문화의 거리를 갔을 때, 개성 있는 공간들이 많았기에.

다음 여행에서 한 번쯤 방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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