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출판이라고 - 여성 코미디언에 빠진 너드걸의 출판 프로젝트
김민희 지음 / 더라인북스 / 202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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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별칭이 Mintry여서 민트 필터로 보정한 사진.

몇 년 전의 어느 날. 그림책 만들기 과정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출판 수업을 듣게 되었다.

나름 무료과정에, 아마도 일주일에 두 번 듣는 두 달 정도의 과정이었다.

정말 기초적으로 필요한 인디자인 활용과 출판에 필요한 모든 것은 다 배웠었고, 한 번은 이론 수업, 다음은 과제를 해와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보는 수업이었는데, 몹시 빡셌지만 나는 샘플북 1권만 지원받아서 제작할 수 있었다.

잘 만든 책으로 뽑혀서, 전시 명목으로 가져간 책은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책을 출판하려던 나의 의욕은 그 이후, 흐지부지되었다.

맘먹었을 때 이리저리 알아보던 기회는 물 건너갔고, 샘플북 한 권 제작하는데도 어마어마한 비용이 나왔기에(칼라 책으로 제작하려던 나) 덜컥 겁이 나기도 했던 그때.

과거의 내가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읽었으면 좋았을 책이 출판되어 반가운 마음에 소개해본다.

 


굿즈의 문구가 더 의미심장하다. 정말 출판이란 좋지 않으면 못할 정교한 종합예술에 가깝다.

밥은 먹고 다니냐의 문구를 보면 프리랜서인 1인 출판자의 상황이 잘 느껴지는 대사다.

이제는 책을 출판하는 채널이 참 다양해졌고, 글을 쓰는 사람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독립출판이나, 나만의 책을 만들어서 소소하게 출판하는 경우도 많지만, 수많은 출판, 글쓰기 강의 중에서 나한테 맞는 강좌를 찾기도 힘들고, 강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런 시대에 혼자 책을 출판할 때, 참고하면 좋을 책인 <이것도 출판이라고>.

개인적으로는 혼자 모든 걸 해결하는 편이었다. 일을 할 때, 누군가에게 맡기기보단 혼자 모든 걸 다 헤쳐나가는 성격이었기에, 출판 수업을 들을 때도 혼자 정보를 다 찾아서 몰아닥치듯 과제를 해내곤 했다.

출판을 온전히 혼자 하기란 쉽지 않음을 그 수업에서 깨달았다.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과제를 발표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듣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으니까.

  

이 책은 실은 번역자 겸 편집자인 작가가 영국 드라마 미란다에 푹 빠지면서 시작되었다.

드라마에 빠지자, 주인공인 미란다 하트가 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번역을 하고 출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책을 좋아하던 한 편집자인 작가가 미란다라는 영국 드라마에 푹 빠지면서, 여주인공인 미란다 하트가 쓴 책을 보고, 국내에 출간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영어를 공부하고 미드 폐인이 되었다던 작가는 편집자 생활 3년 차에 운명적인 영국 시트콤 미란다를 보게 되었고, 동시에 그녀의 책을 대형서점 매대에서 우연히 보게 된다.

'책을 번역해볼까?'라는 생각이 서서히 발전되고, 구체화되는지에 대한 과정이 그 후로 상세하게 적혀있다.

그 과정을 굉장히 차분하게 재미있게 풀어놨지만, 현실을 직시하면서 쓴 글들이기 때문에 사실적이기도 하다.

출판 문외한이고 할 줄 아는 건 포토샵 정도밖에 없었고, 출판 과정을 겪으면서, 현실적인 벽에 부딪쳐서 결국 포기했던 나와 달리 어떻게든 다음 단계로 진행하고 있었다.

 

목차를 읽어봐도 한눈에 재미있겠구나의 생각이 가득하다. 책 한 권 내도 망해도 좋다의 심정으로 도전했던 출판은

결국 코믹 릴리프 시리즈 4권이나 출판했다!

 


번역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확인한 건 국내 판권이었고, 직접 번역하고 출판하려니, 1인 출판사를 차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3년 차 안정된 직장의 편집자 일을 그만두고, 1인 출판사를 차리는 과정 속에 작가의 내적 갈등이 느껴진다.

책을 직접 번역해서 국내에 출판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국내 판권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직접 번역해서 책을 출판하자니, 경력이 없기에 프로젝트를 맡기려면 1인 출판사를 차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도 출판을 쉽게 하라는 말이 없었고, 주변 사람들이 말렸지만, 그것이 오히려 반발심으로 작용해서 어차피 안 팔릴 책 내 맘대로 만들어보자는 각오로 차근차근 진행해간다.

출판 수업에서도 들었었다. 강의를 진행하셨던 여행 저자였던 선생님도 하겠다고 결심했으면 꼭 해보라고.

물론 출판이 쉽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좋은 소리를 하지는 않겠지만 하고 싶다면 꼭 해보라고 했다.

마음을 다해 대충 만든 책이라지만, 책 속에 깨알 같은 디테일이 살아있다.

 


작가의 정체성은 편집자, 1인 출판사를 처음 내면서 독립 일꾼 책덕은 자유 일꾼 책덕으로 성장했다.

혼자 일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과 일할 자유를 얻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단순히 출판 과정에 대해서만 적은 책이 아닌,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는지부터, 어떤 방법으로 진행해왔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만들어진 책을 어떻게 홍보하고, 유통하는지.

어떻게 사람들과 이어지는지, 나아가서 작가가 결국 원했던 것에 대해서 적혀있기 때문에 더 특별하다.

결국 작가는 이 책을 출판하면서, 책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했고 독자와 이어지길 바랐다.

독자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독립서점, 동네 책방에서 직접 만나는 행사로 이어지고, 특별한 인연을 만나기도 했다. 불합리한 출판 유통구조 속에서의 흐름을 바꾸고자 자신만의 노력을 했다.

한마디로 방구석에서 혼자 작업하던 작가가 세상 밖으로 이리저리 다니면서 인간적인 성장을 한 과정이 고스란히 보인다.

책을 읽다 보면, 마음속으로 작가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출판을 하려면 정말 피 말리는 노오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혼자 힘만으로는 힘들다.

  

독자와 직접 닿기 위한 책덕의 노력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는 지도와 책방과의 인연.

"책을 만들던 당시에 저자 미란다 하트의 국내 인지도는 그야말로 한 줌"이었지만, 그랬던 책은 결국 중쇄를 찍었다.

모든 출판인의 꿈인 중쇄를 찍자!

그 무렵, 그 사실을 SNS에서 알게 되어 <미란다처럼>을 중쇄판으로 구입하고, 그 이후 코믹 릴리프 시리즈도 차근차근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책이 미란다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을 이어줬다.

이 모든 건 결국 영국 드라마 미란다로부터 시작되었다.

웃기는 여자들이 세상을 뒤집는 그날까지, 너드 걸을 응원하는 작가의 코믹 릴리프 시리즈 출판은 계속될 것 같다.

마음을 다해 대충 만든 책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책을 한 번쯤이라도 만들어봤다면, 마음을 다해 만든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리뷰는 마음을 담아 대충 써보았다.

출판을 하고 싶다면, 책을 좋아하신다면, 그리고 영국드라마 미란다를 좋아하신다면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내 생김새를 어떤 기준에 맞추어 고쳐야 할 것이 아니라

나라는 인간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살고 있다. (중략)

세상의 기준을 따라가기보단 내 기준에 맞춰 사는 게 재미있다고

몸소 보여 주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믿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정말 웃기는 여자들이 세상을 뒤집고 있다고 믿는다.

나와 코믹 릴리프 시리즈의 존재가 그 증거다.

- 이것도 출판이라고 205p

  

미란다처럼, 예스 플리즈, 보시 팬츠, 민디 프로젝트 코믹 릴리프 시리즈는 계속된다.

 

작가가 전달하고 싶어 출판하는 코믹 릴리프 시리즈의 궁극적인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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