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하다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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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어느 카페에서 여행 중 읽은 책 <리얼:하다>, 

내 멋대로 간 나 홀로 여행 중 읽기에 적절했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한다.

그럼에도 난 혼자서 시간을 보낸 적이 그리 많지 않다.

늘 누군가와 함께였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늘 주변엔 가족이나 친구들, 아는 사람들, 직장 동료들 등이 있었다.

여행을 가도 혼자 여행이 좋아하면서도, 무슨 이유 때문인지 혼자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다.

어릴 때는 부모님의 반대로 그 흔한 MT나 OT 한번 가는데도 애를 먹었고, 아르바이트하면서 학교 다니느라 바빠서 여행을 못 갔고, 사회 나와서는 직장인일 때는 시간이 부족했고, 백수일 때는 돈이 부족했다.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로 나는 여행을 피해왔다. 그냥 혼자 어딘가 가는 게 두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영화제를 핑계로 나 홀로 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나는 마음속이 텅 빈 상태였다.

혼자 어디론가 가지 않으면 다년간 쌓여온 뭔가가 펑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아는 사람들과도 마주치지 않을 날짜를 골라서 갔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싶었다.


많이 가지 않는 여행이지만, 여행 때는 나도 모르게 책 하나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 챙겨간 책은 조승연 작가의 <리얼:하다>.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가게 된 나 홀로 여행에 어울릴 것 같은 책이었다.

무엇보다 "가식적이지 않고, 당당해서 행복한 뉴요커 라이프 에세이", "내 멋대로 사는 삶 속에서 진짜 행복을 발견하다"같은 문구가 한눈에 쏙 들어왔다.

나 자신이 없어져 버릴 것 같아서 떠나는 여행이었기에 더 눈에 들어오는 책이었달까.

지금까지 내 맘대로, 나 편한 대로 살고 싶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늘 타인의 상황과 눈치를 봤고, 누군가와 함께, 특히 낯선 누군가와 함께라면 분위기를 살피느라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때론 간만의 약속이라 무리해서 나가기도 했고, 왜 그랬나 싶을 정도로 타인의 상황만을 우선시하며 살았던 것 같다.

내 템포대로, 내 맘대로 하는 여행 속에서 온전히 나 자신에게 몰두하고 충만했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더 충만하게 만들어줬던 책, <리얼:하다>.


조승연 작가에 대한 개인적인 이미지는 뇌섹남, 프렌치 시크가 잘 어울리는 사람, 7개국어가 가능한 재원, 비밀 독서단, 책과 문화, 인문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언젠가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 미러 론칭 관련 토크를 했을 때, 얼마나 재치 있게 이야기를 했었는지 그 입담에 반했었던 기억이 있다.

주로 JTBC와 TVN의 TV 프로그램에서 맹활약을 하시던 이분의 고향이 강원도일 줄이야.

강릉 여행을 하면서 이 책을 읽은 게 거의 운명적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비정상회담, 비밀 독서단에서 진행하실 때 열심히 TV프로그램을 봤던 기억이 있다.

삶이 리얼해서 행복하다니, 뉴요커는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인 걸까?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정말 많고, 앞으로도 계속 제작될 것이다.

볼 때마다 새롭고 다채로운 곳이기도 하고, 페이스북 이웃 중 뉴욕에서 한 달 살기에 도전하고 오신 분이 있기에 더욱 궁금한 도시이기도 하다.

이웃분이 경험하고 온 뉴욕의 공간, 코워킹 스페이스는 참 신선했었는지 국내에도 빨리 도입하고 싶다고 하셨던 것 같다. 현재는 강연을 하시면서 바쁘게 지내고 계신데, 원하시던 바를 잘 이루고 계신 거 같다.

질리지도 않고 모두 예찬하는 뉴욕만의 매력은 과연 뭘까?

그리고 그곳에서 사는 뉴요커들은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리얼:하다>.




고전부터 최근까지, 뉴욕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들.

여기 언급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 중에 뉴욕이 배경이 아닌 영화를 찾기가

더 힘들 정도로 뉴욕은 영화 속에서 단골 소재로 다뤄졌다.



굉장히 합리적이면서도, 다양함을 인정하는 곳.

그렇기에 내 맘대로 할 수 있지만, 상대방도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하는 곳.

뉴욕에 대해서 가장 표현한 문장은 아마도 프롤로그에 있었던 이 문장이 아닐까 싶다.

런던은 만족하고 있다.

파리는 자포자기한다.

뉴욕은 계속 희망한다.

도로시 파커


아름다운 진창, 한 번쯤 빠져서 굴러보고 싶은 공간이지 않은가.



체면이나 가식 없이, 오로지 자신이 지닌 능력과 돈으로 모든 게 결정되는 공간.

그냥 늘어놓고 보면, 삭막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능력이 있으면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실질적으로 무엇을 하고, 할 수 있는지를 빠르게 판단 가능하기에, 불필요하거나 복잡한 절차는 간소화할 수 있어서, 일하는데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메일 하나 작성하는데도 예의를 챙겨야 하는 국내의 상황과는 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직종에 따라서 많이 다르겠지만)



그 사람이 지닌 능력이 가장 중요한 장소.


세계 각지의 다양한 상황과 사람들이 공존하다 보니, 그 모든 사람들이 어울려서 창의성이 폭발하기도 한다.

예술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돈을 버는 것이 최고의 예술이라는 인식이 당연하다.

국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듯이, 예술과 돈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상업성을 추구하는 예술은 변질된 것이라는 건 이젠 예전 사고방식.



예술과 상업성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살인적인 물가와 집값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뉴욕으로 모인다.

왜일까? 바로 여기서 지금 고생을 하고 있어도 언젠가 벗어날 수 있으리란 희망 때문이다.

수많은 이민자들이 이곳에서 와서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버틸 수 있는 것은 바로 희망과 꿈이 가득한 공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희망과 꿈이 없는 우리나라 사회와 대조적인 공간 뉴욕. 

미래에 대한 기대가 현실의 어려움을 잊게 한다.


언제나 새로운 도전이 가능한 곳 뉴욕.

나이도, 인종도, 성별도, 출신도 상관없이 새 출발이 가능한다는 건 중요하다.

그렇기에 뉴욕은 늘 역동적이다.

우리 사회가 한 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는 사회이기에 사람들은 쉽게 도전하기를 꺼린다.

책을 읽으면서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개인이 도전을 하고 실패했을 때 재도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많은 제도와 정책이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많이 부족함이 느껴진다.



늘 새로운 도전이 언제든지 가능한 공간 뉴욕.


이 책의 백미는 바로 마지막 장의 이 문장이었다.

지나치게 타인의 상황만 살피며, 신경 써 오면서 받았던 수많은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문장이었다.


뉴요커들은 인생에 '정답이 없다'를 인정하기 때문에 수많은 의견이 충돌하는 가운데에서도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좋은 것이 서로 다르다.

굳이 타인의 호불호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다르다는 것만 인정하면 된다.

내 일이 아니면 신경 쓰지 않으면 된다.

리얼:하다 - 조승연 P191


굳이 왜 그랬을까. 혼자 여행하면서,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결론.

앞으로는 철저하게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언제나 나 자신을 최선으로 한 선택을 하려 한다.



이해하지는 못해도 그걸 존중해주는 것. 그것이 다양성이 아닐까?


강릉 여행 중 읽은 강원도 출신 작가의 책인 <리얼:하다>가 날 자유롭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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