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편지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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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안부 소설 그 두 번째 작품 "흐르는 편지", 

작가의 전작 "한 명"이 살아돌아온 할머니의 이야기였다면, 

이번엔 15살 소녀가 위안부로 하루하루 생존하는 이야기다.


 얼마 전 본 맘마미아 2에서 딸이 어머니를 가장 가깝게 느끼는 순간이 새 생명을 잉태했을 때라는데, 영화의 모든 스토리 중 가장 공감 가는 이야기였다. 
다른 스토리가 아무리 막장이어도 그 스토리만큼은 감동적이었는데, 오늘 소개할 책은 새 생명을 잉태했지만 너무나 불안하고 슬픈 15세 소녀의 이야기이다. 아기를 가졌지만, 그 아기는 소녀를 강제로 범한 수많은 일본군 중 하나. 소녀는 강가에서 싯쿠(콘돔)와 몸을 씻으면서, 엄마에게 전해지지 않을 편지를 강가에 쓰면서 흘려보낸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본 위안부 관련 영화와 책들이 등장하고 있다.
알고 있지만, 자세히는 모르는 이 문제에 대해서 다루는 책과 영화가 많아진다는 건 너무나 좋은 현상이다. 실제로도 아래에 소개하는 영화들을 극장에서 어린 학생들이 많이 보고 있어서 엄청나게 뿌듯했다.
위안부 할머니가 실은 나와 가까운 이웃의 문제일 수도 있고, 더 이상 침묵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고 대중적으로 이야기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 
학창시절쯤 TV로 나왔었던 관부 재판의 실화를 다룬 "허스토리".
그리고 어쩌면 흐르는 편지와 가장 비슷한 입장에 있는 영화 "귀향" 시리즈.
실은 귀향의 경우에는 보고 난 뒤의 후폭풍이 두려워서 극장에서 차마 보지 못했다.
영화가 실제 상황과 비교했을 때 매우 순화된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너무나 많은 걸 함축하는 장면들이 모든 걸 설명해주는 영화였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 영화들. 대중성을 살려 만든 작품, 실화 사건을 토대로 한 작품, 

소녀들의 상황을 그린 작품 다양하다.


귀향을 보면서 그대로 전달되었던 소녀들의 불안한 마음이 텍스트로 옮겨온 느낌이다.
돈 벌면서 공부가 하고 싶어서, 혹은 어려운 집안 형편상 팔리듯이, 노래를 할 수 있다길래, 길 가다가 그냥 잡혀온 소녀들의 나이는 적게는 13살에서 많게는 20살 남짓 되었다.
엄마가 지어준 이름이 아닌, 이미 죽은 소녀의 이름으로 불리거나, 이미 죽은 소녀의 방과 옷을 입고 죽지 못해 사는 소녀 금자가 바라보는 위안소에서의 일상은 정말인지 처참하다.
한참 꽃피울 나이에 그녀들은 어쩌다 이런 곳에서 보내게 되었을까.


아기가 생겼지만, 아기가 죽어버렸으면 하는 소녀의 불안. 

엄마가 그립지만, 오카상과 오지상에게 감시당하는 15세 금자


아기를 가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긴 아기의 존재가 신기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처참히 범하는 짐승 같은 일본군 중 한 사람의 아이라고 생각하니 끔찍하기만 하다.
주변에 이미 아기를 낳은 상황들을 보면서, 혹여라도 장애가 있는 아기를 낳거나, 사산하면 어떡하나 불안해한다. 아기가 그냥 죽었으면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나날이 커가는 아기의 생명을 느끼기도 한다.
임신한 상태를 들키면 아기집 드러낼까 봐, 조심스럽게 숨기기도 하는 소녀의 불안함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소설이다.


아기가 죽기를 바라면서도 또 무사하길 바라는 소녀의 불안한 심정을 절절히 그려냈다.


아기를 가졌지만, 여전히 짐승 같은 일본군은 금자를 범한다.


 고향집에 되돌아가고 싶어도 버릴 대로 버린 몸이라 되돌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엄마가 너무 그립고 보고 싶지만, 영원히 전달되지 않을 편지를 강가에서 쓰면서 흘려보내며 하루를 견딘다.
소녀들의 상황이 너무나 처참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시적으로 쓰인 금자의 편지와 속마음이 너무나 아프다.


 작가 김숨의 일본군 위안부 소설 전작인 "한 명"은 살아남은 할머니들의 이야기이다. 이번 소설은 15세 소녀의 시점으로 위안부 생활을 그렸다.


 작가의 전작은 위안소에서 살아남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한 명"이라는 소설이라는데, 아직 읽어보진 않았다. 하지만 이 소설이 아마도 할머니나 함께했던 분들의 기억이 아닐까 싶다. 
할머니나 고모님들 시대에 흔했다던 조혼 풍습(19세에 시집가셨다고 한다. 나이 많은 상대나, 재혼, 나이 어린 상대에게)이 나오기도 한다. 할머니의 이름이 항상 남자 이름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엄마에게 들어보니 당시 창시 개명을 해야 해서 ~자 돌림의 이름이 너무 싫어서 그렇게 지으셨다고 한다.
아마 그 시대를 살았던 분들은 기억하시리라. 그때, 그 시절을.
그리고 우리는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하며,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꽃다운 소녀들에게 벌어졌던 만행과 슬픈 기억을.
소녀가 느꼈을 한없는 불안을.


동네 공원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늘 갈 때마다 소녀들을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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