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을 받아들고 나는 파본이 배달 된 것은 아닌가 하고 깜짝 놀랐다.
책의 중간부터는 온통 거꾸로 인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이리저리 살펴본 후에야 한 가지 사건을 가지고 두 아이의 시선으로
각각 그려낸 이야기이고, 그걸 강조하기 위해 이런 편집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읽기 전부터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책이다.
앞 뒤가 똑같은 책이니 어디서부터 읽을까 앞뒤를 뒤척이다가
일진이이야기부터 읽게 되었는데, 지혜라는 여자아이가 베일에 싸인 듯 보여
일진이이야기부터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일에 싸인 지혜라는 아이에 대해한 궁금증은 살짝 덮어둔 채
상상하며 읽어내려가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회장은 맡아두고 할 정도로 모범생인 일진이와
공부는 1등이지만 언제 터질지 몰라 늘 조마조마한 전교깡패 지혜.
일진이는 자기중심적인 엄마에 대한 불만과 부모의 이혼과 재혼에 따른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지혜는 우울증에 걸린 엄마와 매일 술마시고 가정에는 무관심한 아빠
사이에서 늘 폭력에 시달리며 산다.
두 아이는 평범하지 못한 가정 때문에 각각 가슴속에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표현하는 방법은 극과 극이다.
어찌 보면 일진이의 아픔은 지혜의 아픔에 비하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지혜를 일진이가 참아주고 보듬어 주어 지혜의 모습도 차츰 변화를 겪는다.
지혜를 보며 이금이 선생님의 '너도 하늘말나리야'라는 책의 한 부분이 생각났다.
소희가 미르에게 엉겅퀴꽃을 닮았다고 했는데, 엉겅퀴 꽃은 겉보기엔 삐죽삐죽
가시가 난 듯 보이지만 다가가 만져보면 부드럽고 여린 꽃이라고.
지혜도 이 엉겅퀴 꽃 같은 아이가 아닐까.
평탄하지 못한 가정과 맞물려 두 아이는 성장통을 극심하게 겪고 있다.
그리고 이 성장통을 이겨나가는 것도 어른들의 도움이 아니라
스스로, 또는 아이들끼리 서로 기대어 이겨나가고 있다.
우리 주민이도 이제 6학년이 된다.
우리 아이를 비롯한 또래의 아이들이 이런 성장통을 겪고 있구나,
그리고 여기에 고통을 더하는 것은 바로 부모였구나 하는 것을 새삼 곱씹어 보았다.
어린애로 치부해 버렸던 아이들의 고민과 갈등을 엿보면서 부모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도 아이들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그런데 한 편으로는 열 세 살의 아이들이 이렇게 깊은 생각과 고민의 하며
살고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물론 작가의 말처럼 '어른같은' 또는 '조숙한'아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읽는 내내 이 아이들의 정말 초등학생들일까? 하는 생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그리고 일진이가 지혜의 무례한 행동을 마냥 받아들여주는 것과 갑자기
지혜를 좋아하게 되는 것에 대한 개연성이 조금 떨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아무튼 두 이야기를 톱니바퀴 맞추든 꿰어맞춰가며 읽는 재미와 신선함,
그리고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들을 둔 엄마로서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