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마루 밑 눈높이 어린이 문고 95
심상우 지음, 유기훈 그림 / 대교출판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마루밑’이란 낱말만으로도 벌써 궁금증이 꼬물꼬물 올라온다.

무릎 정도 밖에 안 되는 높이지만 안으로 깊숙이 뚫려 있어,

그 컴컴한 안쪽에 뭐가 있을지 짐작할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기도 하다.

어렸을 적 한옥이었던 외갓집 마루에 누워 있다가, 마루의 나무 사이가 쬐끔 벌어진

곳이 있으면 그 곳에 눈을 대고 가만히 들여다보곤 했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보통 마루도 아니고 ‘경복궁의 마루밑’이라니 뭔가 특별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

경복궁을 관람하는 사람들치고 머리를 거꾸로 하고 마루 밑을 들여다 본 사람이 있을까?




주인공 은별이는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나약한 아이다.

라이언 삼총사에게 이유 없이 당하면서도 말 한마디 못 한다.

‘미친개 삼총사’라고 빈정대지만 마음속으로만 외칠 뿐

감히 입밖으로 내뱉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러다 우연히 경복궁에 갔다가 쿠쿠와 투투라는 작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종족들을 알게 되면서 차츰 용기있는 아이로 변해간다.

또 그들에게 듣게 되는 경복궁에 얽힌 역사 이야기도 작은 은별이의 가슴을 타오르게 한다.

쿠쿠네 종족들이 쥐떼들의 침입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모습은

무수히 외세의 침략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맥을 이어 온 우리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

또 그 많은 국곡의 세월을 온 몸으로 견디며 지켜봐 온 경복궁의 모습 같기도 하다.

허물어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그 웅장한 모습에 슬픔을 가득 머금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새삼 가슴이 아프다.




투투 종족과 경복궁의 이런 사연을 알게 되며 우리의 은별이도 훌쩍 자라난다.

이제 라이언 삼총사 따위에 비굴해지지 않는다.

수호천사를 자처하던 쿠쿠와 투투가 떠났지만 당당해진 모습 속에

쿠쿠와 투투는 이미 은별이와 하나가 되어 있었다.




이번 주말엔 아이들 데리고 경복궁에 다녀와야겠다.

엉덩이 치켜들고 마루 밑도 한번 들여다 봐야지.

혹시 작은 새 같은 것이 포르르.. 뛰어 들어가는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상우 2007-09-22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경복궁 마루 밑을 쓴 심상우입니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