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법칙 - 월가에서 온 두 젊은이의 금융 이야기
임성준 & 조셉 H. 리 지음 / 지식노마드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 좀 재미있다. 

페이지는 367page정도 되는데, 두께는 약간 위압감을 느끼는 수준인 갤럭시 S3 두께 세개 정도 합쳐놓은 정도?

그런데 글씨크기가 크고 에피소드도 비교적 쉽게 잘 쓰여져 있어서 술술 읽힌다.

나야 이전에 주식시장, 파생금융 상품, 선물, 옵션, DCF,블랙숄즈모형 이런 것들 다 공부했던 것이라 어떤 내용인지 더 쉽게 읽히고 다가왔는데,

이게 과연 금융시장의 ㄱ 자도 모르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했었다.

 

하고 있는 재태크라고는 적금이 전부이고, 환율도, 금리도 별로 관심없고 돈관리도 아예 엄마님께 맡겨버리는 내 친구에게

이 책 어떤거 같아? 라고 물었더니

내 친구는 후루룩 넘겨보면서. 음..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주는 내용인 것 같아. 라고 핵심을 집어낼 정도니 금융에 대해서 순결한 두뇌를 가진 사람들도 이 책은 비교적 읽기 수월할 거라 예측된다. 물론 어떤 부분은 좀 이해가 안되고 어려운 용어들이 섞여있겠지만.

재태크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더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으니

재태크나 금융시장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단순히 금융시장, 투자, 재태크에 관한 책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통찰력 같은 것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의 내용의 퀄리티도 높고, 위트있는 문체로 씌어져 있어서 이해도 잘된다.

 

책을 쓴 저자들은 금융위기전 전세계 MBA학생들의 희망취업근무지 1순위였던 투자은행, 이젠 전설로 남은 메릴린치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다.

책의 부제도 '월가에서 온 두 젊은이의 금융이야기'이니, 귀가 솔깃하지 않은가?

월가에서 살아남는 것도 힘들지만 사실 월가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세계금융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치는 근원지 아니던가? 당연히 세계에서 날고긴다는 수재들이 많은 곳인데- 그곳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일단 속물적 근성으로 저자들의 커리어에 관심이 가고,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 책을 읽기시작하자, 처음에 나와있는 출판사 대표가 쓴 기획자의 글부터 공감가는 구절이 팍팍 눈에 들어왔다.

'재태크 책이 그렇게 많고, 투자 비법을 소개하는 책도 그렇게 많은데, 어째서 대부분의 사람은 여전히 돈 때문에 힘들어할까?'(P8)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다면 뭔가 돈 때문에 힘들지 않게 되는거냐? 그건 아니다.

대표의 말대로 이 책에서 '오- 월가에서 온 저자들이 무언가 짜릿한 한방을 가르쳐 줄것인가?'를 기대하면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럼 이 책을 왜 읽어야 되느냐? 이에 대한 답은 일단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본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리라 생각이 된다.

 

1장에서는

투기와 투자는 다른건가?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외환리스크를 제거하는 방법인가?

자연의 법칙과 같은 금융시장의 룰

사람들의 본성과 플라톤의 철학과 금융시장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게 써놓으면 어려워보이지만 실제로 여러가지 예화를 들면서 이해하기 쉽도록 나와 있다.

 

2장에서는

인간의 손실회피본능에 대한 이야기, 부동산 불패신화가 나오게 된 계기가 나온다.

증권화에 대한 이야기가 일반적인 재무론 책에는 아주 딱딱하게 나오나 여기에서는 아주아주 쉽게 설명이 되어 있다.

그리고 경제성의 기초 가설인 '합리적인 인간'을 까는 내용도 나온다.(경제학의 주류도 점점 행동경제학쪽으로 넘어가고 있는 듯 하다)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정말 쉽게 이해가 가도록 써놓았는데, 여기에서는 그 비유를 '고베소' 이야기로 풀어놓았다.

'고베소는 태어날 때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주기적으로 마사지를 해주며, 잠든소를 꺠울 때도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살살 흔들어 깨운다고 한다. 이러한 고베소는 대개 25개월 전후에 도축된다. 2년 넘게 변함없이 이어지는 극진한 대접을 받는 고베 소는 시간이 흐를수록 극진한 대접이라는 과거 패턴이 점점 더 뚜렷해지면서 자신의 럭셔리 라이프는 자연사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갖게 된다... ...과거 데이터를 이용해 발견한 패턴을 근거로 미래를 예측한다면 고베 소에게 도축의 확률은 0%이어야 한다.'(P120)

우리도 과거 경험을 이용해 미래를 예측하지만 실은 어느날 날벼락을 맞는 고베 소처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너무나 자주' 벌어진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나오는 블랙스완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 그리고 이런 환경을 사람들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리스크 전문가인만큼 리스크에 관한 이야기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았다.

모든 리스크를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며, 정보의 공유는 개별리스크를 더 크게 만들어 놓았다(P147)

 

2장의 내용을 바탕으로 쓴 3장의 제목은 '유일하게 정확한 미래 예측,"모른다"'이다.

사실 애널리스트들도,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의 의장 벤 버냉키도, 경제서적 베스트셀러 저자라는 전문가들도 미래는 모르는 것이다.

세상 자체가 정연한 원인과 결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원인과 결과의 연결은 불명확하고 거기에다 우연과 재수 때로는 협잡까지 곁들여진 것이기 때문이다(P178) 때문에 완벽한 매매법은 실패한다(P186)

 

진화론, 자본주의, 공산주의를 섞어 이야기를 푸는 이 챕터는 굉장한 저자들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챕터였다.

덕분에 나는 이 책의 이 부분을 보고 나서 오늘 아침에 본 '강용석의 고소한 19의 상위 0.1% 골든 맘들의 특별한 골든 베이비 키우기'편을 보면서 세습의 의미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으니까. 앞으로도 이부분은 계속 생각날 듯 하다.

 

4장의 챕터가 마지막으로 '이기는 소수가 되는 길'이라는 제목이니, 뭔가 결론이 나와있을 것 같지만

실제 결론은 저자후기에 나와있다는 것-_-;;;;

 

어쨌든 가장 확실한 건 고베 소의 습격부터 대비(보험)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P215부터 우리나라의 박대리라는 가상 인물을 내세워서 어떻게 재태크를 할 것인가 고민하는 사례를 풀어놨는데, 와 진짜 대부분의 직장인이 밟고 있는 전철을 그대로 써놓아서 깜짝 놀랐다. 내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였다.

대출받아서 신혼집 사고, 열심히 저축해서 목돈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종잣돈을 마련. 일단 정기예금에 넣어놓고 꿈의 종잣돈 달성.

그 다음에는 주식을 해볼까, 어떻게 재태크를 할까 고민하는데 명퇴당한 부장을 보니 4~5년 후엔 퇴직금으로 뭘 할까 도 고민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러한 스토리 중간중간에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에 대한 깨알이해도 가능하도록 해놓았다.

 

그리고 또 하나,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는 '인생 리스크'에 대한 내용도 나와있다. 이 부분을 보면서 역시 저자는 리스크 전문가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은 '이렇게 절약하고 저축해서 몇 년 후에는 얼마를 모으고, ' 이런 생각을 하지 '경제위기가 와서 갑자기 퇴직하게 된다던가 가족의 누군가 아파서 막대한 병원비를 지출하게 된다는 건 예상도, 계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투자와 인생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받는 상관관계속에서 존재한다.'(P244)

 

책에서는 투자의 원칙 3가지를 가르쳐 주는데 사실 어떻게 보면 이건 사람들이 다 알고 있지만 간과하는 부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금융산업은 가치를 생산하는가'에 대한 부분과 '투자에도 집단지성을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

두 부분다 평소에 궁금했기 때문에 저자들의 명쾌한 논리가 나의 주관을 세우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아... 끝까지 뭔가 대박의 비법이 나와있지 않을까 라고 기대하게 만드는, 이기는 소수가 어떻게 되는 거란 말이냐, 라는 기대를 가진 사람들에겐 정확히 뒤통수를 때려주는 저자후기는 정말 명쾌하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느낌이란, 호프집에서 함께 맥주한잔 하는 통찰력있고 똑똑한 형이 허심탄회하게 썰을 잘 풀어내는 그런 느낌?

내가 비유한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결론은 생각보다 아주 명확하진 않지만 그래도 책을 보면서 그동안 배웠던 경제학과 현실의 간극과 비효율, 그리고 비논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궁금했던 부분은 술술 풀린 느낌이다.

무엇보다 내용이 재미가 있고, 실제로 옆에서 말하는 것 처럼 말투도 아주 친근하며 비유와 예시도 쉽게 나와 있어서 재태크에 관심있고, 금융시장의 용어를 조금이라도 주워들었거나, 투자를 직접해본 사람들에게 이 책은 더 없이 괜찮은 투자의 지침서가 될 것이라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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