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우주여행 - 한국 SF 단편선
양원영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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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미래사회에는 이 말이 더욱 현실에 실감나게 다가올거라 생각한다.

 

아이폰이 등장하고, 각종 어플의 등장으로 기술이 기술로 그치는게 아니라

신기술과 새로운 개발과 발견등들이 일상생활과 각종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세계화의 가속화로 이런 경향은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략기획실에서 일해본 후로 '신사업 프로젝트'에 관심이 생겼고,

돈을 벌고 남들보다 먼저 선점할 수 있는 시장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신기술'에 관심이 생겼다.

흥미없던 SF소설에 대해서 흥미가 생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목을 보고 처음엔 어린이용 우주공상 동화인줄 알았다.

근데 책을 다 읽고보니 제법 심오한 의미를 담은 제목이었다.

 

이 책은 [당신이 생각하는 미래]에 관한 책이다.

어쩌면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을 수도 있고, 어쩌면 생각보다 행복할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들에 대한 10명의 작가들의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선들이 담겨져 있다.

 

이 책의 제목인 [아빠의 우주여행] by 양원영

난 이 책속의 10개의 이야기 중에 이 이야기가 제일 좋았다. 해피엔딩이고, 따뜻한 이야기였던 부분이라.

 

[아빠의 우주여행]

8살 때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아이, 세영에게 부모와 꼭 닮은(기억과 성향, 유전자 패턴 등 부모의 데이터를 추출해서 실제 부모와 같은) 안드로이드라는 로봇이 국가 복지국에서 지급된다.

이 안드로이드는 피보호자가 성년(20살) 이 되면 자동으로 수거가 되도록 되어 있는데,

12년간 아빠를 닮은 로봇과 함께 살아온 세영은 이 로봇을 처분할 건지 아니면 함께 하는 시간을 연장할 건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아무리 친했어도 기계덩어리니까 처분하라는 친구와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힘들 때 의지가 되었던 과거의 기억을 생각하며 갈등하는데,

수거일이 다가오면서 갈등중이던 세영은 안드로이드에게 '꿈이 뭐냐'고 묻자, 안드로이드는 '우주여행'이라고 이야기 한다.

(물론 이것도 이미 죽고 없는 아빠의 바램이 프로그램이 입력되어 있기 때문이겠지만)

기계지만 아빠 안드로이드의 꿈을 이뤄주고 싶은 세영은 열심히 노력하는데...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어떨까,

아마도 누군가는 사람의 빈자리를 로봇으로 채우려드는게 비윤리적이라고 할테고,(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니)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는 누군가에게는 희망과 같은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아직 나는 아주아주 그리운 누군가를 떠나보낸 기억이 없어서,

이런 로봇은 잘모르겠지만... 로봇이라도 정들 것 같긴 하다....

 

 

[우리는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와 [해바라기]는 미래사회의 집단동류의 시각으로 바라본 이야기이다.

특히 [우리는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는 현재 한국사회의 한 단면을 그리고 있다해도 별로 부족하지 않은 이야기였다.

영어를 더 잘하게 하기 위해 혀를 길게 만드는 수술을 시키던 부모 생각도 났고,

이안수술이 예전에 우리가 쓰던 '엠씨스퀘어'같다는 생각도 하고ㅋㅋㅋ(결국 성적이 오른건 연습장 속 수기를 쓴 사진속 아이들 뿐이었던 듯ㅋㅋ)

[해바라기]는 보면서 영화 '아바타'생각도 좀 났다. 아마도 태양을 신성시 하는 모습과 '생명의 나무'를 신격화 하는 모습이 비슷하게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다. 모두가 해맞이 축제에 여념이 없을 때, 몽글이를 바닷가로 보내주는 왕눈이의 모습은 정말 영화같았다.ㅋㅋ

해바라기에서는 물의 별의 토착생물인 '몽글이'와의 번역을 시도하는데, 외계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닌 인간의 모습은 아마도 몇 세기가 지나도 변하지 않을 속성이라고 생각했다. 외국인과의 소통도 힘든데, 외계인과의 소통은... 힘들겠지?;; 사실 우리나라 사람끼리도 소통이 잘 안되고 오해하는 경우도 왕왕 있는데, 오죽할까 싶다,ㅋㅋ

 

[머리사냥꾼]의 경우 똑같지는 않지만 영화 '가타카' 같은 그런 분위기였고,

[처음이 아니기를]은 SF라기 보다 전염병 SARS가 돌던 시절의 이야기를 옮겨놓은 듯한 스토리였다.

 

[스위치, 오프]는 가장 앞부분에 타임스와 인디펜던트지의 기사의 인용으로 시작하는데, 그 요점인 즉

'어떤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무력화 시키면 남성과 여성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는 거다.

그래서 여자에서 남자가 된 아빠와 남자였다가 여자가 된 엄마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만약 이 소설에서 처럼 내가 커서 남자와 여자, 두 성별(性別) 가운데 한쪽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성을 택할 것인가를 생각해봤다.

난 '쇼핑하는 재미'와 '레이스와 리본이 달린 옷을 입는 재미', 그리고 '사랑받는 기분'을 포기할 수 없어 결국 여자를 선택할 것 같았는데

반대로 생각해보니 남자도 충분히 쇼핑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남자가 부럽다고 생각했던 적은...

훌쩍 여행을 떠나 아무데서나 잠을 잘 수 있다는 점과 근육을 쉽게 가질 수 있어서 체력이 더 좋다는 점? 정도?

이건 더 생각하다보면 좀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런 면에서 즐거운 소설이었다.

 

[애니멀21]은 약간 흔한 플릇, 'SF'하면 떠오르는 그런 내용이었고

[아름다운 감금]은 엔딩이 약간 허무하게 느껴졌다.

 

[코르사코프 증후군]은 '냉동수면' + '트루먼쇼'

진시황의 소망 '불로장생'을 이뤄줄 수 있는 기술 아닐까, 냉동수면은.

그렇지만 몇 십년 후에 잠을 깨어 낯선 환경을 바라볼 때의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냉동수면 기술을 우리나라에서 돈 주고 시행할 수 있다면 누가, 얼만큼의 돈을 주고 실행할까 궁금해졌다.

 

책의 마지막인 [그녀를 만나다]는 섬세한 묘사가 마치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을 주었는데

이 이야기에서의 포인트는 뇌의 상층부와 하층부를 각각 다른 사람에게 이식수술을 한 건데...

새로운 개념이었다. 복제인간도 아니고...

 

 

 

신문을 찾아보니, 해외에서는 SF소설이 점점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인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점점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해 안타까웠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필립 K딕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거라고 하던데-

요즘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기술들이 실제로 실현되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볼 수 있다.

(투명 모니터를 띄우고 옮기는 기술이나 동공인식을 이용한 제품들 등)

 

좋은 SF소설은 미래산업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근거나 바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많이 구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아주 심각한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거나 한게 아니라

약간 팝콘과 같은 아이디어를 담은 짧은 이야기들의 집합이라 SF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부담이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 좋은 책인 것 같다.

읽다가 '내게도 이런 일이?'라고 생각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수고를 가미해본다면 조금 더 재미있을 수도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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