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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운명을 맡기다
지향미 지음 / 프라이데이콤마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예술작품.
이 책의 첫인상과 끝여운이 동일한 까닭은 이 책이 예술작품이기 때문이다.
'지향미'라는 지은이의 작품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여행책은 일반적으로 예쁘고 알록달록하다. 편집디자인이나 레이아웃도 예쁘다.
간혹, 예쁘다는 느낌말고 다른 느낌이 드는 책들도 간간히 있다.
이 책도 예쁘고 알록달록하기보단 시크하고 쿨하다. 일반적인 '예쁘다'의 차원을 넘어 예술.. 아트북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고양이, 불문학, 필기체의 타이포그래피.
이 세가지의 공통점은 셋다 시크한 느낌이고 함부로 다가가기 어려우며 경의로울 정도로 이해하기 힘든 불가사의한 매력을 지녔다는 점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받은 느낌과 가장 가깝게 닮은 오브제들이다.
빈티지틱하다.
빈티지 마니아라면 누구라도 이 책을 사랑할 것이다.
랭보의 이야기와 적절한 난해함이 버무려진 책은 지향미라는 사람의 감성이 고대로 나타나있다.
이 책을 읽을 때만큼은 이 감성의 진정성에 빠져도 좋을 것 같다.
감성만이 전부가 아니라,
빈티지 가게 주소들과 꼼꼼히 적힌 빈티지 샵에 대한 설명들은 내가 지금 있는 이 곳이 파리나 런던, 베를린이나 벨기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타깝게 할 정도였다.
그리고, vanessa paradis라던가 프랑수아즈 아르디.. 폴 엘뤼아르, 잉그리드 버그만, 자크 앙리 라티그.. 내가 아는 혹은 모르는 셀러브레티들에 대한 촘촘한 문장들을 읽으면서 내가 고상하게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고 착각했었다. 이런 것들을 안다고 해서 교양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말이다.ㅎ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너무 뻔하고 식상하고 치기어린 말투들의 여행서적들 보다 훨씬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아마, 빈티지가 주제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빈티지 자체가 '지나온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으므로 믹 재거나 시에나 밀러, 밴더스 감독 등의 이야기가 출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이 것이 이 책이 다른 책과 가장 커다랗게 구별되는 특징이자 매력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도시마다 다른 빈티지샵 분위기의 사진들을 비교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더랬다.
특히, 이 책을 읽고나서 벨기에의 재발견-
사진들이 다 너무 느낌이 좋았다.
오버해서 벨기에(앤드워프와 브뤼셀)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을 뻔했다. 하하.
하긴, 벨기에는 드라이스 반 노튼의 옷들을 패션지에서 보았던 그 순간부터 끌렸긴 했었다.
바람을 타고 가는 것 처럼 책장이 술술 넘어가 버린다.
랭보에 대한 그녀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정화히 감이 오지 않았긴 하지만,
여러개의 감성과 빈티지스러움, 이야기와 사진들을 줄줄히 엮은 사탕목걸이 같은 이 책에
나는 감히 별 다섯개를 달아본다.
[...케이트 모스가 3억 달러가 넘는 재산을 가졌음에도 언제나 첼시의 빈티지 가게를 찾는 것은 그 누구도 갖지 못하는 시간과 가치를 위한 할애다.
유일해지는 낭만, 특별해질 수 있는 권리.
그것은 갤러리아명품관에서 카드 긁는 소리가 아니라,
나만의 눈으로 구별해 낸 사랑과도 같은 것이다....p231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