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3
김영주 지음 / 컬처그라퍼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에쿠니 가오리씨의 책에서 그런 구절을 본 적이 있다.

사람마다 각자 자기가 가지고 있는 그 사람만의 향기랄까, 분위기가 있다고.

 

이 책의 작가 김영주씨와 향기와 색깔과 분위기는, 이 책안에 고소란히 담겨 있다.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듯 마냥 섬세하고 정확하게 써내려간 그녀의 글은

그녀만의 [뉴욕] 정확히 [뉴욕에서의 일상]을 담고 있다.

내가 본 여행기들 중에 가장 '셀프카메라'같은 느낌을 물씬 풍기는 책이라고 정의해도 되는걸까?

 

뉴욕,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서점에서 검색하면 관련 책들이 몇 백권이 쏟아져 나올만큼 특별한 도시.

특별히 전세계 여성들의 dream city나 마찬가지 인 곳.

 

다른 책들이 특별한 날 먹는 케이크 같은 뉴욕의 화려함과 매력을 담아냈다면,

이 책은 플레인 베이글 같은 느낌의 뉴욕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건 아마, 작가가 모든 경험이 빛나보이는 20대가 아닌,

이미 여러번 뉴욕을 겪어본 40대이자 뉴욕뿐 아니라 인생의 굴곡도 겪은 완숙한 나이이기 때문에 볼수 있는 새로움 아닐까 싶다.

씹을수록 고소한 플레인 베이글을 딱 닮았다.

재미있고 화려하다기보단 자꾸만 손이 가는.

 

적당한 곳에서 버스를 타면 되거늘 그새 익숙해진 지하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시간과 에너지 낭비인걸 뻔히 알면서 두번의 갈아타기와 40분의 걷기를 선택했다. 사실 그리 급할 것도 없다. 오늘 다 못보면 또 어떤가(p73)

 

천천히 호흡하는 머무는 여행의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단순한 일상처럼 보이는 그녀의 발걸음 중간중간에는 뮤지컬과 그림에 관한 각종 전문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작품들을 잘 몰라도, 나도 함께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사건 사고가 없는 뉴욕에서의 일상, 그러나 그 자체만으로도 평화가 느릿느릿 다가온 것 같으니 이쯤에서 조금은 감사할 일 아닌가(p145)

 

내안으로 뉴욕이 들어오고 있다(p213)

나는 점점 책을 읽으면서 그녀의 일상과 뉴욕이라는 도시에 함께 몰입되어 갔다.

 

나는 40대에 과연 이런 감성과 이런 인생과 이런 느낌을 담아낼만큼 깊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뉴욕이란 도시에서 이런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내게도 올까?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32가에서 34가까지, 5애비뉴에서 브로드웨이를 거쳐 7애비뉴까지, 메이시 백화점 앞에서 펜 스테이션까지 이어지는 미드타운의 중심가. 사람들의 물결이 최고조에 이른다. 인종도, 나이와 배경도, 살아가는 방식과 종교도 제각기인 뉴요커들. 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이 도시에서 살고 있다는 것. 생존의 욕구만큼 강한 희망의 메시지가 그들을 이곳에 머물도록 한다는 것. 그 이상의 이유가 더 필요하겠는가.(p367)

 

이 도시가 이토록 이방인들까지도 매력적으로 느끼도록 하는,

열광하도록, 희망을 갖도록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때쯤에 오히려 나는 이런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은 자신만의 희망을 넘어 다른 사람에게도 뉴욕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는 그런 책인 것 같다.

책은 지극히 덤덤하게 이야기 하는데, 오히려 나는 생각과 질문이 더 많아지는 그런 책.

그녀가 머무는 여행으로 3번째를 뉴욕이라는 도시를 선택한 것도 우연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숙제같은 도시에 대한 책.

 

그래서 더욱, 끌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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