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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밥
장세현 지음, 정인성 외 그림, 박지원 원작 / 꼬마이실 / 2024년 3월
평점 :
조선 후기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의 한문 단편소설 중 <호질>이라는 작품이 있다.
호랑이가 주인공인데 그 시절 사대부들을 비판한 풍자소설로 겉으로는 기품이 있어 보이지만, 속은 거짓되고 더럽기 이를 데 없는 양반들의 행태를 꼬집은 작품이다.
이러한 내용을 아이들도 함께 보고 이해하기 쉽도록 그림책으로 만든 것이 장세현 작가가 쓰고 정인성·천복주 부부 작가가 그린 「호랑이 밥」이다.
예로부터 호랑이가 개를 잡아 먹으면 술 취한 듯 비틀거리고, 사람을 잡아먹으면 신령스러운 기운을 얻는다는 말이 있었다 한다. 호랑이가 잡아 먹은 인간들이 귀신이 되어 호랑이의 몸에 붙어 사는데, 그 귀신들과 호랑이가 누구를 잡아 먹을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렇게 추천을 받은 인물이 바로 어진 간과 의리 있는 쓸개를 가진 북곽선생이었다.
한편 그가 살고 있는 마을에 절개를 지켜 살고 있는 과부가 있었는데, 그녀는 소문과는 달리 몰래 둔 아들 5명이 있었다. 그녀의 집에 한밤중에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 그 아들들이 몰래 들여다보니 덕망 있는 북곽선생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여우가 사람 흉내를 낸 것이라고 여겨 그 여우를 때려잡기 위해 방 안으로 들이닥쳐 그를 쫓아내게 되고, 도망치던 북곽선생은 농부가 뿌려놓은 거름더미에 빠지고 만다. 냄새를 풍기며 줄행랑을 치는데 북곽선생을 기다리던 호랑이가 버티고 서 있었다.
똥 냄새를 풍기는 북곽 선생.
어쩌면 그것은 거름 냄새가 아닌, 숨겨진 그의 본성의 냄새였으리라.
입에 발린 아첨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진 북곽선생. 아무리 배고픈 호랑이도 냄새나는 아첨꾼을 입에 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여우라고 생각하고 북곽선생을 때려잡은 아이들의 모습은 아이들도 옳고 그름을 아는데, 부정부패를 일삼는 어른들은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며 그 모습을 풍자한 것은 아닐까.
오래 전 이야기지만, 그 때에도 인간은 사리사욕에 눈이 밝았고, 지금도 이 이야기를 들으며 뜨끔할 사람이 많으니 진정 현명하고도 통쾌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자기계발서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이다. 어른이 보는 것도 모자라 아이들 버전으로 새롭게 출판되는 것도 한 손으로 꼽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1인자가 되는 법을 아는 것이 아닌, 기본을 지키고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것이 아닐까.
「호랑이 밥」을 통해 이러한 지혜를 얻는 어린이들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