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슬픈 거예요?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20
임수정 지음, 김혜원 그림 / 한솔수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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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사이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감정 그림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기성세대는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한 채 살았고, 그것이 독이 되어 성인이 되어 문제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 기분을 잘 표현했으면 하는 마음, 표현하지 못하고 담아둔 마음 때문에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지금 부모 세대의 마음일 것이다.

임수정 작가가 글을 쓰고, 김혜원 작가가 그림을 그린 「그리움은 슬픈 거예요?」는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손자의 마음이 편지 형식으로 표현되었다. 그림책에 자주 표현되지 않았던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책이다.

내용을 보면, 외국에 사시는 할머니가 자녀의 집에 다니러 와서 얼마간을 지냈던 것 같다. 할머니와 손자는 집안에서, 동네 공원에서, 놀이터에서 많은 추억을 만들었던 모양이다. 아이는 할머니와 보았던 작은 것 하나하나에 보고싶은 마음을 담는다.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마다 들었던 마음의 움직임, 그것이 무엇인지 느껴보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보고싶은 마음 = 그리움>이라는 엄마의 설명 뒤에, 아이 스스로 <보고싶은 마음 = 슬픔>이 아닐까 생각해보는 가운데 마음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얼마 전, 5살 둘째 아이가 난데없이 “엄마, 우리 죽자.” 그러기에 깜짝 놀라 무슨 그런 말을 하느냐며 핀잔을 준 적이 있다. 이유를 들어보니, 할머니의 엄마가 하늘나라에 있으니 만나러 같이 가보자는 거다. 할머니도 엄마 보고 싶을 테니까.

나의 외할머니는 엄마가 6학년 때 돌아가셨다. 친할머니는 살아계시지만, 무섭기만 했던 모습에 친밀함을 쌓지 못했다. 그래서 할머니에 대한 좋은 추억이 없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홀로 외로웠던 우리 엄마는 손주들에게 항상 열심을 내신다. 이 책의 할머니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작은 것들과도 잘 놀아주시며 거기에 예쁘고 고운 말들을 담아 아이들과 추억을 쌓아가신다.

글이 짧은 우리 엄마가 여기 할머니처럼 글을 남기거나 편지를 주고 받거나 하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의 말에서 행동에서 감동포인트를 찾아 나에게 전해주실 때면 참 고맙고, 나중에 나중에 이 세상에서 엄마를 못 보게 되는 날이 오게 된다면 참 많이 그리울 거란 생각이 들곤 한다.

그리움은 잔잔한 것도 있고 사무치는 것도 있다. 잔잔한 그리움은 다시 볼 그 날을 기대하며 미소 짓게 하지만, 사무치는 그리움은 모든 것에서 손 놓고 슬픔에 빠지게 한다. 이것은 우리 삶의 원동력이기도 하고 때로는 멈춰 있는 것 같지만 잘 이겨내면 오히려 단단하게 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뒷면지에 할머니가 있다. 이 할머니는 미소를 머금고 답장을 쓰고 있다. 할머니 집 벽면에 가득 붙어 있는 손자의 사진들이 할머니의 묵묵한 그리움을 보여준다.

아이여도, 어른이어도 각자의 마음 크기로 그리움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책, 「그리움은 슬픈 거예요?」. 모든 세대에게 따뜻한 추억을 떠올려 미소짓게 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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