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풍의 시대물은 인물의 말투나 행동에서 시대적 배경과 동떨어지면 몰입이 방해되잖아요. 이 소설은 한 권이기 때문에, 예상되는 스피디한 전개로 인해서, 혹은 남남 로맨스를 위해 투입된 사회적 설정으로 인해서 몰입이 되지 않을까봐서 조금 염려했었거든요. 근데 몰입을 방해하지 않을 만큼의 말투와 행동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묵직한 느낌은 아니고 단 권으로선 적절할 만큼은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초반에 조원이 사온에게 '너를 안지 않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할 때도, 사온이 태수를 위해 메달릴 때도, 직설적이고 시원시원했지만 집중이 깨질 만큼의 가벼움은 아니었어요.) 사온이 태수 유강을 떠나고 싶어지지 않아하는 얘기를 하면서 소설은 가볍게 시작했지만, 사온과 유강 사이의 오해는 생각보다 길게 끄는 편이에요. 동양풍 소설은 어쩐지 인물들의 마음이 잘 보이는 편이라서 읽으면서 스트레스는 받지 않습니다. 곧 잘 되겠지 믿음으로 계속 봤어요. 그리고 오해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시간상으로 길진 않은데, 한 권에서 차지한 분량상 꽤 됨.) 마무리에서 앞으로 둘은 남아 있는 오랜 인생동안 떨어지지 않을 거란 확정을 줘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