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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신 - 또 다른 인생 이야기
양귀자 지음 / 살림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또 하나의 양귀자님의 글을 읽었다. 천년의 세월 이후 그의 글을 보지 못했는데, 그동안 이런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려고 그런 노력을 했나보다.
이 책은 작가가 음식점을 경영하면서 느낀 경험담과 생각들을 적어놓은 글이다. 문득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작가는 어떤 것을 해도 그 일이 자기의 일, 특히 글쓰는 일과 연결을 하게 되면 정말 자세하게 일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 사람이 두개의 일을 갖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가 성실한 사람이라면,, 그가 정말 보다 넓은 세상에서 많은 걸 배우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또한 작가이기 때문에 보다 아름다운 음식점을 경영하게 된것이 아닌가 싶다.
가장 남는 장사가 음식점 경영이라고 하지만, 나 또한 작가처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음식점이건 무엇이든, 어떤 장사라는 걸 할땐 아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특히 음식점인 경우엔 사람이 먹는 걸 다루는 곳이고, 서비스를 해야 하는 곳이기때문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된다고.. 그리고 음식이라는 것만 먹고 가는 것이 아니라, 눈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곳이라면 더없이 좋은 곳이라고...
작가는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 이라는 이름처럼,, 그만큼 정성과 사랑을 다한 음식을 손님들에게 대접해 주려고 그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마음 쓰는 모습이 하나하나 눈에 그려진다. 작가는 작고 소소한 일들에 정말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 같다.
아마 작가는 음식점을 내면서,, 그가 실제로 만진 그릇, 상, 메뉴판, 꽃, 그런 것들을 통해 소설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더 충실할 수 있지 않을까? 더 깊이 있는 눈으로 소설을 쓰지 않을까?
작가는 끝부분에 이렇게 말했다. 이런 일들을 해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정말 마음 따뜻한 경험들을 했다고..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실제로 보면서.. 작업실에서 종이와 연필을 가지고 현실세계를 상상했는데, 실제로 정신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봤다고 그래서 이젠 그의 모습들이 자기의 글에서 또 다시 탄생할 모습이 될거라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기는 소설가라고..
또 하나의 양귀자님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