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책 제목 '순정'이라는 것 때문에, 난 혹시 무슨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는 아닐까 하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일뿐이었다.

주인공 이치도는 도둑이다. 그의 어릴 때의 모습부터 성장할 때까지 도둑으로서 경험이 묘사되고 있다. 뭐 특별히 생각할 것도 없다. 교훈적인 내용도 없다. 그가 도둑이 될 수 밖에 없는 천부적인 재능, 예를 들어 달리기를 아주 잘한다거나 거짓말을 밥먹듯이 한다거나 엄마 말을 안듣는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읽혀진다.

책을 다 읽고 왜 책 제목을 그렇게 지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치도가 사부 왕확의 딸 왕두련을 사랑했던 건 사실이다. 그녀가 초등학생이었을때부터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도, 그녀가 가는 길이 똑바른 길이 아니고 남자들과 함께 하는 길이었을때도 그는 도둑질을 해서라도 그녀를 도와주고 지켜주었다. 그것이 정말 순정이었을까?

어떤 식으로 사랑을 해도 그건 그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니까 뭐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순정이라는 단어는 책에 한번도 나오지 않은 것 같다. 도둑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치도. 그는 다른 일을 할 수 있었을텐데 왜 도둑질을 하고 사람들을 속이면서 도망치는 삶을 살았을까? 아마 그는 그 일밖에 할 수 없다는 걸 알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른 일은 할 수 없고 그 일만을 위해 살았을 것이다. 그것이 순정이 아니었을까?

이 책의 결말은 해피엔딩도 아니고, 슬프지도 않다. 한편의 휙 지나가는 만화영화 같기도 하다. 그저 다른 사람의 삶을 그냥 한번 엿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성석제님의 글은 언제 읽어도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는 거 하나만은 분명히 말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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