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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와처 ㅣ Dear 그림책
변영근 지음 / 사계절 / 2025년 9월
평점 :
버드와처, 제목이 영어죠. 새연구가라거나 새관찰자라고 하면 직업에 국한되는 느낌이 있어 이리 표현하셨을까 생각해봤어요. 영어니까 직관적으로 외국작가인가 잠시 헤맸어요. 그림의 배경으로 일본이 나오기도 해서 더 헷갈렸네요. 책을 다 읽은 후 맨 뒷쪽의 작가소개를 보니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초보 탐조인이라고 하시네요. 작가의 이야기와 관심이 더해져서 그림이 더 섬세한 느낌이었나봐요. (좋아하는 것을 바라볼 때의 사랑스러운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나니까요.)
새를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확연히 갈리는거 같아요. 강아지나 고양이는 너무 좋아서 가족이 되어 키우는 사람도 있고, 가족은 아니더라도 예뻐하고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던데 새를 그리 대하는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어요. 제가 많은 사람과 접할 기회가 없어서기도 하겠고, 새가 반려동물로 대부분 좋아하는 종은 아니라 그런가 잠시 생각에 빠졌네요. 주변의 사람들도 새 발이 무섭다, 그 부리로 쪼을 것만 같다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네요. 저도 새를 좋아하지 않아요. 멀리로 날아가는 자유로운 그 모습를 바라보는 게 좋지만 내게 가까이 날아오는 비둘기가 내 머리에 똥싸면 어쩌나, 나쁜 세균이 떨어지면 어쩌나, 날 쪼면 어쩌나 하는 무서움이 밀려들곤 하죠. 게다가 벌레를 먹잖아요. 나와는 함께할 수 없는 존재, 바로 새! 그래서 이 그림책이 새를 대하는 저를 바꿀 수 있겠다 싶었어요. (바꼈습니다. 생각해보니 자주 하늘을 바라보고 그러는 중에 새에게 카메라를 들이밀기도 했네요.) 가까이 보니 무서운거지 멀리서 예쁨을 바라보고 관찰하는 행위는 신기하고 놀라운 거네요.
다섯챕터로 나눠져있고 글 없는 그림책이에요. 글 없는 그림책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지게 만들었네요. 상투적인 칭찬인데 글자가 없다는 걸 느끼지 못하게 그림에 빠져들었어요. 제 나름대로 해석하고 바라봤어요. 남들과 같게 바라봐야 한다는 부담을 조금은 내려놓은 모양이네요. (기쁩니다.)
낮잠을 자는 백수인가 했으나 노을이 질 때쯤 피곤한 몸을 일으켜 일터로 향합니다. 모두가 잠든 늦은 밤이 되면 강한 빛의 조명을 밝히고 도로를 고치고 점검해요. 해가 암막커튼 사이로 쨍하게 비쳐들 때쯤 휴대폰을 들여다보다 지쳐 잠이 들어요. 배달해 먹고 처리하지 못한 일회용품들이 작은 방안에 나뒹굴고 주인공은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합니다. 피곤하겠고, 소통하지 못하는 일상이 지루하겠다 싶을 즈음 먹을 게 떨어진 남자는 편의점으로 가서 한끼를 떼울 도시락과 음료를 삽니다. 그리고 공원에서 도시락을 먹고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렇게 2번째 챕터로 넘어가는데 남자가 정말 백수가 됐다고 느꼈어요. 밤에 활동하던 남자가 대낮에 돌아다닌다니. 그러다 공원에서 발견해요. 무언가를 바라보고, 성능 좋은 카메라 속 렌즈를 바라보는 무리. 여기가 어딘고 하니 和田堀公園 のカワセミの 生態(와다보리공원 물총새생태) 물총새 서식지였나봐요. 묵직한 장비를 챙겨 어딘가로 향하는 어르신을 따르는 남자. 어르신은 남자에게 새 사진도 보여주고 카메라 속 렌즈를 통해 찍고 있는 새 이야기도 해줍니다.
다음 챕터에서는 남자가 새에게 빠져드는 장면이 나오겠다 싶으시죠? 저도 그러겠지 했는데 더 놀라운 장면이 펼쳐집니다. 백수는 아니었고요, 여전히 일을 하고 있어요. 대신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해 노을이 질 때까지 자던 남자가 달라졌어요. 집안이 확 달라졌어요. 일회용기가 넘쳐나던 공간은 말끔해졌고 책상 위엔 망원경만 올려져 있어요. 이런 긍정적인 변화라니! (잠시 남자의 부모라면 새에게 미친 남자가 속터질까요? 활기를 잃고 시들시들하던 남자가 속상할까요? 라는 부모의 마음으로 잠시 바라보게 되는 저를 반성해요.) 계절을 느끼고 뭔가에 빠져들면서 살아가는 것처럼 사는 남자의 모습이 펼쳐져요. 이제는 편의점 도시락이 아닌 음식점에 가서 사먹는 모습도 등장합니다. 이 변화가 활기가 돌기도 하지만 외롭고 정체되어 있던 남자의 일상이 새를 매개로 세상과 소통을 하게 되는 과정으로 읽혀서 꽤나 흥미로웠어요. 미쳐야 미칠 수 있다는 말, 빠져야만 느껴지는 행복. 남자에게서 보여서 엄마미소 짓게 되네요.
평범한 일상이 너무 소중하던 팬데믹, 기억하고 계시죠? 우리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고, 두려움에 떨게 했던 그 시절. 다시 일상을 살수만 있다면 너무 좋겠다며 소중하지 않게 막 대했던 소중한 시간을 떠올리던 그 때가 스쳐갑니다. 아이와 사소한 문제로 다툴 수 있지만, 아침에 서로 인사하고 헤어졌다 다시 돌아온 집에서 따스하게 반기는 그 일상. 남자에게도 일상이 소중해진 것만 같아 다행입니다.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사계절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사심을 담았습니다. 새의 아름다움에 빠져 사랑하는 시선을 독자에게 제공해준 변영근 작가님 고맙습니다. 버드에 관련된 다른 책도 확장과 관심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