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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병아리 ㅣ 인생그림책 44
                    장현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5년 7월
                    
                  평점 :
                    
                    
                    
                    
                    
                    
                    
                    
                    
                    
                    
                 
                
            
            
            
        
 
        
            
            
            
            
            
            
            병아리가 생각나는 노래 1순위는 넥스트의 <날아라 병아리>입니다.
그러니까 '병아리'를 생각하면 이미 슬프다는 감정이 먼저 떠오르는거죠. 이 책 슬프겠구나, 정해진 결말을 향해 가는건가. 이런 생각이 계속 되니까 마음을 헤집어놓은 상태가 되어 버리기 쉽상인데, 뻔하지 않겠지 라는 희망을 안고 책을 봅니다.
제가 학교다닐 때는 학교 앞에 문방구도 세네개쯤 됐고, 봄날이면 불량식품 내놓은 곳 옆에 꼭 병아리 파는 아저씨가 있었어요. (요즘은 정말 안보이죠? 병아리의 인권을 위해 그러는건지 동물보호 탓인지 모르겠지만요.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기도 해요.) 분명 오래 살지 못하고 닭이 되기까지 버텨줄지도 의문인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용돈을 꺼내 병아리를 제 손에 한마리씩 데려가던 시절이었죠. 물론 저도 해마다 집으로 데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미화된 기억인지 정말 그러했는지 몇 번은 비실비실하던 노란 생명체가 하늘나라로 가기도 했어요. 근데 어렴풋한 기억 속에는 닭이 되기 직전 그러니까 알을 낳을 수 있는 큰 닭 전에 좀 자란, 병아리와 닭의 중간쯤 될만큼 자란 녀석을 본 기억이 나는 게 우리집 병아리인지까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분명 봤던 기억이 자리잡고 있는거죠. (이건 엄마나 여동생한테 물어봐야 정확한지 알겠지만 물어보고 싶지 않네요. 제 기억이 미화된 걸까봐 조심스러워요.) 그러니까 제게 병아리는 어린 시절을 대표하는 풋풋한 생명체와의 동거였고, 첫 탄생과 죽음이 공존하는 상징 같은 거죠. 왜 넥스트의 날아라 병아리가 그토록 우리의 마음을 후벼팠는지 알게 되는 대목이랄까.
날아라 병아리에 한껏 빠져있는데 표지에 나오는 쟤, 병아리 맞는거죠? 단순한 그림체인데도 깃털이 앙상하고 푸석해 보이니까 초4 어린이는 좀비병아리가 아니냐고 묻기까지 합니다. 안쓰러우면서도 입을 다물지 못하겠는 외형, 병아리는 귀엽고 풋풋해야 느낌이 사는데 얘는 왜?
👩🏻 아파보이네.
👧🏻 많이 아픈 병아리인거지. 힘이 하나도 없어보이잖아.
👩🏻 원래 약한 아인가? 밥을 잘 못 먹었나?
👧🏻 그런데 병아리는 뭐 먹어?
👩🏻 지렁이? 쌀? (어린 시절 병아리를 키워봤는데 먹이를 준 기억은 왜 나질 않는거지? 노른자? 설마 동족을? 이 대에서 또 엄마한테 죄송스러워지네요. 뭐든 엄마의 몫이었구나.)
👩🏻 근데 얘 발 뭔가 이상하지 않아? (닭발 붉은색이잖아요. 색이 다른 부분이 있어요)
👧🏻 응? 욕하는거야? 어??? (현실 초4 언니라고 하기엔 엄마 머리 아프다!!!!)
전 늘 혼자가 아니었고 여동생, 남동생이 있었으니 무엇인가 같이 한다면 그건 분명 동생과 함께였어요. 친구도 함께였지만 하교 후의 일상은 동네친구들 혹은 내 동생들이었죠. 책 속의 병아리 주인은 새로운 동생인 듯, 친구인 듯 병아리를 대합니다. 뭘 하든 함께 하고픈 상대를 만난거죠. 뭐든 함께하고 싶죠. 놀이도, 잠도, 먹는 것도, 그게 뭐든. 배려와 존중이라는 걸 당연히 알 수 없는 아이는 모든 것을 병아리와 함께 합니다. 병아리의 싦음이 책을 뚫고 나오는 느낌이에요. 어쩜, 너 고생이 많구나. 어쩌니. 힘들다고 표현할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힘듦을 표현하지 못하고 말할 수 없는 병아리는 견디지 못하고 쓰러집니다. 그저 쓰러진 거라고 생각했어요. 쉬면 나아지겠지. 그림책을 보는 저의 시선은 그랬어요. 자고 일어나면 힘이 나겠지. 병아리는 자고 일어날까요? 일어나지 못하게 된 내 병아리를 두고 아이는 뛰쳐나갑니다. 직면하기 힘든 아이는 사실로부터 멀어지려고 하죠. 아이는 잘못으로부터, 실수로부터 멀어질 수 있을지 조용히 숨을 참고 지켜보는데 이거슨 정말 놀라운 전개. 내가 아는 보통의 이야기에서 살짝 떨어져보는 느낌이고요. 그래서 신선합니다.
중학교 1학년 때였어요. 친구랑 같이 학교 앞까지 다와가는데 땅바닥에 뭔가 있는 거에요. 그시절에는 쥐 이런거 많았어요. 쥐는 아니고 움직이지 않는데 뭐지 싶어 바라보는데 참새였어요. 발을 땅에 붙이고 있는게 아니라 누워있는 상태, 움직이지도 않고. 친구는 지각한다고 얼른 들어가자는데 전 못 움직이겠더라고요. 두 손에 고이 안고 새가 내 손에서 어떻게 될까봐 조심조심 안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어요. 해가 잘 드는 나무 아래 땅을 파고 걔를 묻어주는데 계속 손이 벌벌 떨리는거죠. 새는 죽었는데 내 손에 계속 참새의 온기가 남아있는 이상한 경험. 내 눈앞에서 스러져가는 죽음을 바라보는 시간. 갑자기 그 온기가 떠오르네요. 그 참새도, 내 병아리도 지금은 좋은 곳에 있겠죠? 장현정 작가님도 하늘 그곳에서 편히 계시길. 그러기를 바랍니다.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길벗어린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