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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와 사람 ㅣ 사계절 민주인권그림책
조원희 지음 / 사계절 / 2024년 10월
평점 :
무슨 계기였는지 너무 오래 되서 기억나지 않네요. 유기견 보호소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았다며 매주 그녀와 함께 봉사하던 사람이 있어요. 그녀의 유기견 사랑은 실로 대단해서 개고기를 먹는 사람과는 상종도 말라 했고 (지금이야 당연하지만 제가 어릴 땐 키우던 개도 잡아먹던 야만의 시대였어요.) 함께 봉사가지 않으면 싫은 내색을 서슴없이 내뱉었고, 자신의 강아지를 자기만큼 예뻐해주지 않으면 화를 내기도 했죠. 사람은 몇년간의 연애에 종지부를 찍고 말았어요. 헤어짐에 동물이 이유가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녀와는 헤어졌지만 강아지는 그 사람 곁에 남았죠. 사람은 강아지가 싫지 않았지만 애정은 뜸해졌고, 강아지는 사람의 어머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대요. 어머니는 우울증을 앓았거든요. 어머니는 곁에 있어주는 강아지에게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네요. 오래전이라 그 녀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행복했을까요?
동물을 썩 좋아하지 않아요.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내 아이들에 더해 내 손길이 가야만 하는 게 부담이예요. 게다가 어릴 적 친척집에서 잠깐 만나 예뻐서 무릎에 앉히고 낮잠을 자는데 이녀석이 제 몸에 찐하게 실수를 했거든요. 예뻐도 제 무릎에 앉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죠. 우리집에도 개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마당에서 자랐고, 뒷치닥거리는 엄마의 몫이였고, 우리는 그저 잠시 예뻐해주기만 했죠. 새끼를 낳고, 새끼들은 동네 지인들이 데려갔고, 잠시 예뻐하던 녀석도 시골 친척집으로 갔다고 알고 있어요. 해피는 행복했을까요?
일요일 아침이면 우리는 TV 만화에 빠져들었어요. 그 시간이 아니면 1시간의 TV 시청을 맘껏 즐길 수가 없었거든요. 요즘 우리집 일요일 아침 풍경은 아침 식사를 하고 쇼파에 둘러 앉아 <동물 농장>을 시청해요. 새끼를 낳은 동물이 나올라 치면 새로운 가족을 구한다는 안내글이 자막으로 나오는데 당장 동물농장팀에 전화를 걸자고 하는 두 어린이 덕에 잠시 흔들리기도 하죠. 어림없는 소리죠. 알면서도 잠시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습니다. 사람의 생각에 의해 동물의 감정이 표현되요.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 상식으로 꼬리를 흔들면 반가워한다든가, 훈련을 시키면 곧잘 따라하는 동물도 보이고요. 그 동물들은 정말 자막을 통해 읽혀지는 것과 같은 감정일까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 동물이 동물답게 살 수 있는 권리는 당연하게 주어져야 하는 건데 글쎄...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게다가 인간인 나는 동물보다는 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우월감에 젖어 있었던 것 같네요. 말로는 아니라고 하면서 '사람 먼저'라는 생각이 뿌리 깊었네요. 인간이 태어나면 말귀가 통하지 않지만 점점 자라면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죠. 싫다고 말할 수 있고, 좋은 것도 표현할 수 있어요. 동물과도 소통이 된다고 하는데 정작 그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들을 수 없으니 아쉽기는 합니다. 잘 지켜주고 있다고, 동물의 권리를 해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지 불편함에 자꾸만 눈을 감고 싶어요. 작가님이 제게 눈을 감지 말고 바라보라는 메세지로 들렸어요. 눈감지 않을게요.
네이버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사계절 출판사 민주인권그림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