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복어 #문경민 장편소설 #문학동네실제로 현장에 나가지 않았으나 CNC를 배웠던 사람으로서 접점에 닿아있었다. 나에게 닥치지 않았으나 주인공이 내가 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세상에 놓여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다. 내가 아닌게 다행인걸까? 이 어린 아이들에게조차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세상이 없어서 미안해진다.초등학교 5학년, 3학년 두 아이가 읽고 싶다면 그대로 두어도 괜찮을까 잠시 걱정스러웠다. ‘깨끗하게, 맑게’ 지키고 싶은 애미의 심정이었을지 모르겠다. 책을 꺼내들고 “엄마, 이 책 추천해?” 물으면 대답해줘야지. “응, 엄마는 조금 슬프고 속상했는데 너 읽은 느낌도 알려줘. 궁금하다.”p6. 나는 멈춰 서서 다른 사람 살피듯 내 마음을 관찰했다. 기분 나쁜 소음을 울리며 올라오는 이 마음에는 뭐라고 이름을 붙여야 할까. 분노는 과하고 짜증은 말 자체가 짜증이고 수치심이나 당흑감은 방금 기분의 일부일 뿐이었다.p72. 사람들은 말없이 서 있다가 도시락을 받으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무언가를 나눠 주는 행위 자체가 보람 있었다. 누군가의 필요를 채우는 일이 좋았다.p89. 강태의 퇴학을 생각하자 마음이 복잡했다. 강태가 사라지면 우리의 학교생활은 나아질 것이다. 개운치 않은 편안함이어도 좋은 건 좋은 것일 터였다. 그건 찜찜하고 슬픈 일이었다.p100. “사과는 진심이어야 해.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진짜 사과야. 안 그래?”p108. “당신 같은 사람들이 용광로에 사람을 떨어뜨리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들이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사람이 끼여 죽게 만드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들이 콜센터 직원을 자살에 내몰리도록 내버려두고, 현장 실습생이 배에 붙은 따개비를 따다가 바다에 빠져 죽게 만드는 거야. 그리고 이 빌어먹을 세상은 그게 당연한 거라고, 그렇게 해도 괜찮은 거라고, 더 많은 시간 동안 일할 자유를 허락해 주니 얼마나 고맙냐고 떠드는 거야. 뻔뻔하고 파렴치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