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내 친구 1 - 음악의 탄생 ~ 브람스
김정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1월
평점 :
품절


"교양 목록을 순서대로, 해설을 곁들여 듣는 방법으로 고전 음악과 친해지기는 매우 힘들다. 어느 날 문득 '가슴을 치는 선율'에 접하면서 고전에 심취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지만, 너무 우연적일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대중문화는 그 우연의 가능성을 갈수록 좁히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안 들리는' 문학의 음악으로써 미리 감동을 가져보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들리는'음악을 받아들이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은 우선 그런 '음악의 문학'을 위해 쓰여졌다."

그는 음악의 문학을 염두해 두고 썼다. 시인인 만큼 언어의 음악에 익숙할 터였다.   
 

책의 구성방법도 문학적이다. 가장 기본 뼈대인 음악사조는 시간순으로 하되, 음악가에 대한 설명은 중요 에피소드 중심이다. 배열방법도 출생부터 죽음까지가 아닌 철저히 지은이 마음대로다. 얼핏 두서없어 보이는 이 구성방식은 그러나 음악가들 각각의 삶과 음악을 자연스럽고 극적으로 느끼게 한다.

선율에 대한 묘사도 섬세하다. 음악의 문학을 표방한 탓인지 쉬운 말로 그 감동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놓았다. 자칫 도가 지나쳐 보일 정도로, 시인은 음악가 자신이 되어 그들의 괴로움과 처지를 토로하고 기쁨을 노래한다. 

'스스로 음악이 되어버린 바흐, 이리 순정하고 맑은 고통의 음색 베토벤, 강속의 달을 보다, 그리고 미치다 슈만' 등등 제목도 시 같다. 음악가들의 삶을 아름답게 응축해 놓았다. 찬찬히 책을 읽어본 뒤 제목을 하나씩 쭉 읽어보니 그들의 삶이 꽃처럼 내 머릿 속에서 피어난다. 

바흐의 음악을 들으며 이 책을 읽었다. 감동이 배가 됨을 느낀다. 귀로 음악을 듣고 눈으로 음악을 본다. 이 순간의 느낌을 이 책의 한 구절로 대신한다. " 그 느낌은, 어렴풋이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린다. 아니, 귀가 보고, 눈이 듣는다.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이 완전하게 결합된다. 그 때 아름다움이 제 스스로 몸을 연다." 

책을 읽으며 '고통'이란 것에 새삼 주목하게 됐다. 모든 음악가들을 더 높고 깊은 세계로 이끌고 간 그것. 고통을 누구보다 절절히 느낀 베토벤은 이 같은 말을 항상 중얼겨렸다고.  

"이래야만 하는가?....꼭 이래야만 하는가?.......이래야만 한다면.......이래야만 한다면....이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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