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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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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은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 작품이 총 9편 담겨 있어요. 2008년에 초판이 나왔고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어요. 대부분 20대 초반에 쓴 작품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표제작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은 『반짝반짝 빛나는』의 뒷이야기고요. 사실 저는 『반짝반짝 빛나는』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재미있더군요. 『반짝반짝 빛나는』이 빨리 읽고 싶어질 정도로요.
첫 번째로 실린 <러브 미 텐더>는 딸이, 엘에게서 전화가 매일 온다는 둥 이상한 이야기를 해대는 엄마를 걱정하는 내용인데 마지막 반전이 저를 미소 짓게 만드네요.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마음이 온몸으로 전해져요. 어쩌면 엄마는 정말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이런 엄마와 아빠를 바라보는 딸의 마음도 분명 푸근해졌을 테지요. 에쿠니 가오리는 자기 작품 속 인물들이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곤 한다는데 작품 속 아빠는 아직도 밤마다 커다란 라디오 카세트를 들고 공중전화박스로 향하고 있을까요? 밤에 길을 지나다 공중전화박스를 발견하면 유심히 살펴야겠어요. '러브 미 텐더'를 공중전화에서 틀어주는 아빠를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시미즈 부부>가 기억에 남네요. 신문의 부고란을 보고 연고도 없는 사람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이상한 취미를 지닌 부부의 이야기인데 남의 장례식에 다니며 자신들의 삶을 성찰하는 걸까요? 항상 죽음을 마주하며 자신의 삶을 더 진지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마지막 이야기 <기묘한 장소>도 짧지만 재미있었어요. 자매처럼 보이는 모녀 셋이 한 해의 마지막을 프랑스 식당에서 함께하고 장을 본 다음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이야기인데, 아마도 이 모임은 1년에 딱 한 번만 만나는 이들만의 행복 리추얼이 아닐까요. 이 모임으로 또 한 해를 살아갈 힘을 얻는 걸지도.... 이들 모녀는 한 해의 마지막이면 어김없이 그 프랑스 요리점에서 식사를 하고 장을 보러 가겠지요. 에쿠니 가오리처럼 소설 속 인물의 미래를 상상해 보는 것도 참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근데 전 소설 속 인물은 언제까지나 늙지 않고 계속 그 이야기 속에 남아있었으면 좋겠어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파네마 아가씨>에 등장하는 이파네마 아가씨처럼요.
[좋은 책을 만들고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