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잠수복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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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님의 『코로나와 잠수복』에는 다섯 가지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야기 속에는 유령부터 시작해서 점쟁이, 신기한 능력을 지닌 아이, 영혼이 붙은 자동차까지 나와요.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는데, 저는 이 이야기들이 동화처럼 느껴졌어요. 마치 오가와 미메이의 신비한 동화를 읽는 것 같았거든요.

첫 번째 이야기는 <바닷가의 집>이에요. 무라카미 고지는 49세 소설가로 아내의 불륜 때문에 집을 나와 바닷가에 집을 빌려 여름 동안 살면서 글을 쓰기로 합니다. 그런데 이 집에서는 좀 이상한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거나 아이의 기색이 느껴진다거나 하는 일들이요. 도쿄에서 온 편집자는 아이가 보이는 사진까지 찍기도 하지요. 저 같으면 무서워서 그곳을 당장 빠져나올 것 같은데 무라카미는 그 존재가 대여섯 살 먹은 아이라는 걸 알고는 그냥 함께 지내기로 합니다. 무라카미와 아이는 어쩌면 서로를 위로해 주는 존재인지도 모르겠어요. 홀로 오랜 세월 집을 지키던 아이는 오랜만에 손님이 머물러 주니 무척 기뻤나 봅니다. 유령이지만 어린아이답게 무라카미에게 장난도 치고 하는 장면이 무척 익살스럽게 느껴졌어요. 이들의 만남은 그렇게 길게 이어지지는 않지만, 어차피 여름 동안에만 살기로 한 거니 어쩌면 헤어짐은 당연한 거였겠지요. 그렇지만 이들의 헤어짐은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은 거 같아요.

그리고 제가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는 <점쟁이>예요. 프로야구선수와 사귀는 2류 아나운서의 이야기인데 마이코는 남자친구 유키가 승승장구하자 너무나 불안한 나머지(자신과 잽이 안 되는 A급 아나운서가 남자친구를 뺏어 갈까 봐) 안절부절못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점쟁이를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만난 점쟁이는 신비한 구슬로 마치 흑마술을 부리듯 남자친구 유키의 성적이 조금만 떨어지게 하는 주술을 걸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진짜 다음 날부터 유키의 성적이 바닥을 칩니다. 마이코는 조금만 못하게 되길 바란 건데 남자친구가 완전 슬럼프에 빠지니 또 안타까운 마음에 다시 점쟁이를 찾아가고 또 주술을 걸고 뭐 그런 스토리에요. 이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저는 그 속에서 마이코가 자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알아가는 게 흥미롭더라고요. 자신의 실체를 알아가는 마이코를 자꾸만 응원하게 되고요.

위 두 이야기 외에도 <파이트 클럽>, <코로나와 잠수복>, <판다를 타고서>도 무척 재미있었어요. 역시 오쿠다 히데오입니다. 아, 그리고 작품 중간중간에 나오는 음악 리스트도 참 좋더라고요. 어제는 하루 종일 Booker T의 Jamaica song을 들었는데 잔잔한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느낌이 드는 곡이에요. 작품에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것도 참 좋네요!

[좋은 책을 만들고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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