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허풍담 1 - 즐거운 장례식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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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허풍 떠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누군가 허풍 떠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얼굴이 찡그려지더라고요. 근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유쾌하게 흘러가서 혼자 속으로 참 많이 웃었네요. 게다가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맘속에 간직하고 싶은 문장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어요. 물론, 누군가의 허풍과 책 속에 나오는 허풍은 질적으로 다른 거겠죠.... 아니,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라 허풍을 받아들이는 제 마음의 차이에서 좋고 나쁨이 결정되었던 거 같네요. 사람들에게는 진실을 원했던 거고, 책에서는 유쾌함을 원했던 거 같아요.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이 책은 제 바람을 잘 채워준 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만사에 경이로움을 느낄 줄도 알아야 하지.

37쪽

전 요즘 경이로움이란 단어가 나오면 퍼뜩 정신을 차리게 되는 거 같아요. 이 세상은 모든 일이 경이로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잖아요. 특히 자연은 경이로움 그 자체지요. 북극이라는 공간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경이로움으로 둘러싸인 곳이지 않을까, 막연히 상상해 봅니다.

책에 나오는 모든 에피소드가 재미있었지만 저는 특히 <차가운 처녀>, <즐거운 장례식>, <절대 조건>, <오스카 왕>이 기억에 남아요.

<차가운 처녀>는 부제가 '혹은 엠마 빼앗기'인데요,

그린란드 북동부에서 여자 이야기는 터부까지는 아니어도, 폭탄처럼 늘 신중히 다뤄졌다. 북극에서는 여자가 상상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희귀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128쪽

<차가운 처녀>는 정말 상상력이 너무나 풍부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해요.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말씀은 못 드리지만 조금은 황당하기도 하고 어쩌면 정말 리얼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어요. 아니면 어처구니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고요. 책에는 '빌리암은 차가운 처녀의 모습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다. 상상력이 조금 더 필요한 순간이었다.'(131쪽)는 말이 나와요. 여러분도 상상력을 발휘해 보시길....

<즐거운 장례식>은 이 책의 백미죠. '얄'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이 죽음이 어떻게 즐거운 장례식을 만들어내는지, 아마 여러분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기상천외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그래도 다행히 장례식 앞에 '즐거운'이라는 형용사가 붙어 있으니 참 다행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절대 조건>은 '문명의 혜택'이 부제인데 화장실에 관한 이야기예요. 아마 여러분이 상상할 수 있는 화장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더러움의 극치를 간접경험하실 수 있을 거예요. 아마도.

<오스카 왕>은 마지막에 극악무도한 반전이 있답니다.

요즘 아이들 잠자리에 옛이야기를 읽어주고 있어요. 한 번은 너무 졸린데 아이가 옛이야기를 읽어달라고 해서 『북극 허풍담1』에 나오는 이야기 중 <즐거운 장례식>을 아이에게 들려주었어요. 졸렸던 터라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는 못했지만 아이는 그게 정말이냐며 몇 번이나 묻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책에 나온 이 문장으로 답을 대신해야겠네요.

이상한 일이지만, 지어낸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보다 훨씬 풍성하고 재미있었다.

127쪽

[좋은 책을 만들고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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