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깜짝 놀라는 소리 - 개정판
신형건 지음, 강나래 외 그림 / 끝없는이야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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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건 님의 시집 『아! 깜짝 놀라는 소리』가 푸른책들의 임프린트 '끝없는이야기'에서 개정판으로 나왔습니다. 노란 띠지에 감싸인 책이 무척 감각적입니다. 펑펑 터지는 불꽃놀이에 깜짝 놀라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불꽃놀이를 구경할 때는 깜짝 놀랄 것을 알면서도 부푼 마음을 안고 어떤 멋진 불꽃이 피어오를지 두근두근하며 기다리지요. 그러곤 아! 탄성을 지르게 되지요.

저는 이 시집을 읽으며 자꾸만 탄성이 나오더군요. 시집을 읽을 때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시인들은 어쩜 세상을 이렇게 바라볼까?! 감탄을 금치 못하겠어요. 시인의 그 시선이 정말 부럽습니다. 어린아이 같은 그 감성이 정말 부럽습니다.



저는 어릴 적 시골에서 자라 늙은 호박을 수도 없이 봤더랬죠. 황금마차처럼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늙은 호박! 나중에 엄마가 맛있는 호박죽 끓여주시겠거니 하는 생각만 했지 '푸짐한 엉덩이가 가을, 이 가을엔 가장 무거워' 하는 생각은 한 번도 못 했네요. 또, 잠자리 노래를 부르다 나뭇가지에 앉은 잠자리를 잡으려고 살며시 다가간 게 수백 번은 될 겁니다. 잠자리를 손가락 마디마디에 끼우고 자랑을 하다가 죽기 전에야 하늘로 날려보내주곤 했는데.... '투명한 날개가 가을, 이 가을엔 가장 가벼워'라니. 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시집만큼 감성을 키울 수 있는 건 세상에 없는 것 같아요. 메마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어린이들이 이런 시집을 읽고 자연과 세상 밖으로 나가 세상의 모든 것들을 한 번쯤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면 참 좋겠지요. 그리고 어린아이의 감성이 부러운 누구나 이런 시집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그 시절의 감성이 되돌려 보길 바라봅니다.

차츰 나이가 들면서 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을 많이 잃고 말았습니다. 안타깝게도 한동안 흐릿한 눈으로 지냈습니다. 시를 잘 쓸 수도 없었지요. 그래서 아주 어렸을 적에 처음 말을 배울 때처럼 "아!" 깜짝 놀라는 소리를 내 마음에 되살리려고 애를 썼습니다. 문득 그 소리야말로 가장 짧은 시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시인의 말 중에서

추가로 시인 신형건 님은 참 독특한 이력과 매력을 가지신 분인 거 같아요. 시인은 경기도 화성의 농촌 마을에서 태어났다고 해요. 1984년 <새벗> 문학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하는 한편 경희대학교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10여 년간 치과 의원 원장으로 일하기도 했다네요. 1998년부터는 출판사 대표로 <푸른책들>과 임프린트 <보물창고> <에프> <끝없는이야기>에서 다양한 책을 펴내며 틈틈이 번역도 하고 계세요. 펴낸 시집으로는 『거인들이 사는 나라』, 『바퀴 달린 모자』, 『콜라 마시는 북극곰』, 『여행』, 『엄지공주 대 검지대왕』 등이 있고요. 저는 저자가 치과의사를 하면서 출판일도 하시는 줄 알았는데 책이 너무 좋아서 책과 함께 시를 쓰는 삶을 선택하신 걸까요. 갑자기 신형건 선생님의 삶도 궁금해지네요.

[좋은 책을 만들고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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