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적 시골에서 자라 늙은 호박을 수도 없이 봤더랬죠. 황금마차처럼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늙은 호박! 나중에 엄마가 맛있는 호박죽 끓여주시겠거니 하는 생각만 했지 '푸짐한 엉덩이가 가을, 이 가을엔 가장 무거워' 하는 생각은 한 번도 못 했네요. 또, 잠자리 노래를 부르다 나뭇가지에 앉은 잠자리를 잡으려고 살며시 다가간 게 수백 번은 될 겁니다. 잠자리를 손가락 마디마디에 끼우고 자랑을 하다가 죽기 전에야 하늘로 날려보내주곤 했는데.... '투명한 날개가 가을, 이 가을엔 가장 가벼워'라니. 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시집만큼 감성을 키울 수 있는 건 세상에 없는 것 같아요. 메마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어린이들이 이런 시집을 읽고 자연과 세상 밖으로 나가 세상의 모든 것들을 한 번쯤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면 참 좋겠지요. 그리고 어린아이의 감성이 부러운 누구나 이런 시집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그 시절의 감성이 되돌려 보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