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빠져드는 문학 인문학이 뭐래? 5
햇살과나무꾼 지음, 오승민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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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23명의 작가와 그들의 작품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특히 작가가 해당 작품을 어떤 의도로 썼는지, 어떤 상황에서 썼는지 등의 배경을 자세히 알려주어서 전에 읽었던 작품이라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네요.

책에 담긴 작품들은 다 주옥같은 작품인데요, 전에 읽지 않았지만 왠지 읽은 것 같은 작품도 있잖아요. 하나하나 다 찬찬히 읽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그중에서도 꼭 다시 읽고 싶은 작품은 『걸리버 여행기』입니다. 흔히 『걸리버 여행기』는 아동을 위한 신기하고 재미있는 모험을 담은 동화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걸리버 여행기』가 당시 사회를 풍자한 문학작품이라는 사실을 아는 분은 많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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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의 진정한 목적은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는 것' - 드라이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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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도 전에 아이들과 함께 『걸리버 여행기』의 요약본을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어렸을 때 축약된 책만 읽었다가 어른이 되어 완전한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이 원본의 방대한 내용과 밀도 높은 풍자에 새삼 놀란다고 하니 언젠가 시간을 내서 꼭 읽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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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걸리버 여행기』가 영국의 상황만 그린 것이라면 저는 아주 보잘것없는 작가일 것입니다. 똑같은 악행과 어리석음이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한 도시, 한 지방, 한 나라, 한 시대만을 위해 글을 쓰는 작가의 작품은 읽을 가치도 번역할 가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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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생소한 작품 중에 『아Q정전』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루쉰의 작품인데 제목만 얼핏 들어봤지 내용은 전혀 몰랐거든요. 이 책도 당시 사회상을 풍자한 작품인데, 중국인의 나약한 국민성뿐만 아니라 부패한 혁명 세력의 만행을 풍자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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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는 패배주의에 빠져 침묵하는 중국인의 영혼이며, 옛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낡은 관습과 인습에 억눌려 침묵하는 중국인의 삶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거울이 사람의 얼굴을 비추듯이, 중국인들의 정신적인 약점을 있는 그대로 폭로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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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중국의 혁명 세력이나 부패한 관리들은 『아Q정전』을 보고 자신들을 비판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다가 루쉰의 해명을 듣고 안심했다고 하니 좀 씁쓸하네요.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우리나라 작가의 이야기는 두 편만 있다는 점이었어요. 박경리 님과 윤동주 님, 이렇게 두 편만 들어 있어요. <인문학이 뭐래?>시리즈를 세계문학과 한국문학으로 나눠서 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토지의 박경리 님도 그렇고 윤동주 님도 그렇고 삶이 참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훌륭한 작품이 나온 거겠지요.... 윤동주 님은 나라를 잃은 비참한 현실에서 자신의 시가 너무나 쉽게 쓰여진다며 괴로워했다고 하니 참으로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리고 윤동주 님의 죽음이 후쿠오카 형무소 재소자들에게 혈장 대체용 생리식염수를 수혈하는 생체실험 때문이었다니 정말 치가 떨리는 기분입니다. 그 시절 그렇게 아까운 생명이 얼마나 많이 희생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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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씨워진 시>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줄 시를 적어 볼가,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봉투를 받어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려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가?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씨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1942.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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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단 윤동주 님의 시집을 꺼내 읽어야겠습니다.


[좋은 책을 만들고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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