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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수집가 ㅣ I LOVE 그림책
크빈트 부흐홀츠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평점 :

먼저 이 책은 『그림 속으로 떠난 여행』(보물창고, 2005)을 제목과 체제를 바꿔 새로이 펴낸 것이라고 합니다.
(첫 문장)
막스 아저씨는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져서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면, 노래를 불렀습니다.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어느 3월 아이가 사는 주택 5층으로 이사 온 아저씨 그리고 2층에 사는 아이.
아이는 막스 아저씨의 이야기로 책을 시작합니다.
아저씨는 언젠가 아이가 바이올린을 켜는 걸 보고는 자신이 노래할 때마다 바이올린을 켜 달라고 부탁했어요.
아이는 이 부탁을 들어주지요.
아저씨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어요. 아이는 그림을 그리는 아저씨를 지켜보는 걸 좋아했지요. 하지만 그림을 볼 수는 없었어요. 아저씨는 자기 그림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거든요.
"우리 눈엔 안 보이지만, 어떤 그림이든지 그 그림에 다가갈 수 있게 해 주는 길이 하나씩 있는 법이란다."
"화가는 그 길을 꼭 찾아내야 해. 그리고 사람들한테 그림을 너무 일찍 보여주면 안 돼. 찾았다 싶은 길은 다시 잃어버릴 수도 있거든."
아저씨는 왜 그림을 바로 보여주지 않은 걸까요?
너무 일찍 그림을 본다는 것, 그건 어떤 의미일까요?
찾아다 싶은 길은 다시 잃어버릴 수도 있다니?
이에 대한 해답은 인생을 좀 더 살아가면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꼭 해답이 있는 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예술가 선생님, 정말 멋진 연주였어요."
아저씨는 아이가 연주를 마치면 이렇게 말했어요. 아저씨는 항상 아이를 예술가 선생님이라고 불렀죠.
아이는 뚱뚱한 편인데다 구닥다리 철테 안경을 쓰고 있어서 학교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곤 했어요.
형과 같은 방을 썼지만 책에 형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 걸 보면 형과는 별로 친하지 않았나 봐요.
거의 항상 아저씨와 시간을 보냈던 것 같거든요.
아저씨는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았어요.
어느 날 아저씨는 열쇠 꾸러미를 주면서 집에 와서 꽃에 물도 주고, 우편함에서 우편물도 꺼내 달라고 부탁을 하고는 긴 여행을 떠났어요.
막스 아저씨의 우편함에서 편지를 발견한 아이는 편지를 꺼내어 5층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집의 화실은 뭔가 달라져 있었어요.
벽을 바라보고 있던 그림이 이번에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거든요.
그림들 앞에는 도화지를 찢어 낸 쪽지가 한 장씩 놓여 있었어요. 막스 아저씨가 거기에 연필로 무언가 메모를 해 놓았어요.
아이는 그렇게 자기만을 위한 전시장 한가운데에 서 있었어요.
자신만을 위한 전시회라니, 생각만으로도 참 멋진 일이네요.
아저씨는 그림으로 그렇게 아이와 대화를 나눕니다.
아이는 처음 보는 그림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전혀 낯설지 않았어요.
아저씨가 그동안 들려주었던 이야기 속의 장면들이 그려져 있었거든요.
하지만 금방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들.
아이는 수많은 질문이 떠오릅니다.
막스 아저씨는 언제나 특정한 순간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나는 그런 순간이 있긴 전에 이미 어떤 일이 시작되고 있었다는 걸 분명히 느꼈습니다. 그 순간이 생기기 훨씬 이전에 시작되었지만 그 뒤로도 오랫동안 계속될 하나의 이야기가 그림 속에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나의 순간순간들을 떠올려 봅니다. 순간의 장면들은 하나로 이어집니다.
순간 수집가.
화가를 이르는 아주 멋진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내 인생에서 어떤 순간들을 수집해야 할까요?
좀 더 멋진 그림을 수집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냥 오늘을 삽니다.
이 순간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멋진 그림책을 읽는 순간도 내 인생을 이루는 순간순간이 될 것을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집니다.
[좋은 책을 만들고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