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바랑 속의 동화 - 법정 스님에서 수불 스님까지 고승 14분의 뭇 생명 이야기
정찬주 지음, 정윤경 그림 / 다연(도서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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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정찬주 님은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국어교사로 잠시 교단에 섰고, <샘터> 편집자로 법정스님 책을 만들면서 스님의 각별한 재가제자가 되었다고 해요.

정찬주 님이 펼쳐주는 스님 바랑 속의 동화, 마음이 저절로 차분해지는 생명동화가 가득 담겨 있네요.

저자는 스님들의 일화를 통해 자비심과 사랑, 지혜를 우리의 마음속 깊이 들여보내줍니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모두 큰스님들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이거나 큰스님을 모신 상좌스님들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하니 허구의 동화라기보다는 일화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내용은 칙칙한 외모로 인해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는 쥐를 법정스님이 가장 안쓰러워하셨다는 이야기였어요. 어느 날 스님은 쥐를 보고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해요.

"다음 생에는 쥐의 탈을 벗고 다른 생명으로 태어나렴."

우리는 인간에게뿐만 아니라 짐승에게까지도 외모지상주의를 강요하는가 봐요.

저 또한 귀여운 아기 강아지를 보면 이쁘다 귀엽다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오랜 시간 방치되어 더러운 유기견이라도 볼라치면 고개를 돌리고 도망치는 사람이다 보니...

책을 읽으며 저의 부족한 점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네요.

정말이지 큰스님들의 자비심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인 것 같습니다.

여보게, 살생하지 말게.

지금은 이 노루가 자네한테 죽임을 당할지 모르지만

다음엔 노루가 자네 목숨을 노릴지도 모르네."

또, 경허스님의 이야기도 참 인상 깊었어요. 경허스님은 무엇을 하건 깊이깊이 들어가는 스님이었는데, 누더기와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해요. 그 누더기에는 빈대와 벼룩이 들끓었고요. 그런데도 스님은 도무지 빈대와 벼룩을 잡을 생각을 안 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새 가사로 바꿔 입을 기회가 있었을 때 스님은 그 빈대와 벼룩까지 새 가사로 옮겨서 입으셨다고 해요. 중생의 마음으로 보면 스님이 정말 좀 너무하신다 싶기도 하지만, 온 생명이 자신과 한 몸이라고 여기는 큰스님들이라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온 생명이 나와 한 몸이라는 것을 깨달았는데 무엇이 무섭고 징그럽단 말인가.

<필사>

빨래하는 것은 욕심으로 얼룩진 마음을 씻는 공부이고, 불을 지피는 것은 온갖 잡념을 태워 버리는 공부이고, 먹을거리를 탁발하는 것은 세상 사람들의 고마움을 알고 겸손을 익히는 공부였습니다.(130쪽)

[좋은 책을 만들고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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