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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을 때마다 한 발씩 내디뎠다 - 우울함과 무기력에서 벗어나 러너가 되기까지
니타 스위니 지음, 김효정 옮김 / 시공사 / 2021년 4월
평점 :

책이 참 예뻐요. 물론 요즘 책들 대부분 예술작품 같은 표지와 디자인을 자랑하지만, 요 책은 저의 취향을 완전히 저격해버린 책이에요.
책은 저자가 달리기를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서 풀 마라톤에 성공하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어요. 사실 그녀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러너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부류의 사람과는 많이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에요. 이건 제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편견인지도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우리가 마라톤 선수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분들과는 거리가 한참 먼 사람이라는 사실이에요. 그녀는 스스로도 이렇게 말해요.
"만성 우울증, 조울증, 불안 장애, 건강 염려증에 시달리고, 발목도 부실한 과체중의 50살 아줌마가 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271페이지)
사실 책 초반에는 그냥 달리기를 하며 쓴 흔한 에세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어서 달리면서 겪는 일이라던가 달리기에 도움이 되는 내용 등이 저에게는 크게 와닿지가 않았거든요. 글쓰기 관련 내용에서는 집중하며 읽은 걸 보면 아마도 제가 달리기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초반 이후부터는 나도 달리기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에 빠져들었어요. 저자는 오랫동안 우울증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도 받고 글쓰기 훈련도 10년 이상 해왔기 때문인지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삶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었어요. (물론 그녀의 말에 100% 동의한다는 말은 아니에요. )
무엇보다도 그녀의 끈기에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리고 목표를 당성하고 나면 흥미를 잃어버리기 십상인데 그녀는 첫 마라톤에 성공한 이후로도 꾸준히 달리기를 하고 또 글쓰기도 꾸준히 했기에 이렇게 제가 그녀의 책을 읽고 있는 것이겠죠.
또 한 가지, 우울증은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녀석이 아니잖아요. 사실 저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달리기를 하고 게다가 마라톤에 몇 번이나 성공했다는 말을 믿기 어려웠어요. 그녀가 계속 달릴 수 있었던 힘은 어디 있을까요?
제 개인적인 의견을 말해보자면, 아마도 그녀의 남편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자신을 지지해 주는 남편 '에드'가 있었기에 그녀는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또 하나, 그녀에게는 '모건'이라는 달리기 동지가 있었어요. 모건은 그녀의 반려견인데 초반부터 그녀와 함께 달리는 달리기 친구로 손색이 없었죠. 그 외에도 수많은 이들이 그녀의 곁에서 함께해 주었고 그녀는 그것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에 포함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뭐든 똑같은 거 같아요. 꼭 '달리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무언가를 꾸준히 하면 분명 빛을 발할 날이 오겠죠.
사실 책 후반의 <달리기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꼭지가 내가 이 책에서 읽고 싶었던 전부인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자의 달리기 과정을 읽지 않고 저 부분만 읽는다면 책에 담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방일하지 않고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
너무너무 어려운 일이죠....
그런 하루하루가 쌓이면 무언가 달콤한 열매를 먹게 되는 날이 오겠죠.
하지만 그 달콤한 열매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냥 열매일 뿐인 거 같아요.
그냥 열심히 하는 하루하루 그 모든 날들이 내 삶이 모래성이 되지 않도록 지켜주는 게 아닐까요.
저자가 매일 달리기를 했듯이 나도 나만의 '달리기'를 만들어나가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싶은 분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꾸준히 해 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좋은 책을 만들고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