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와 바이러스의 공생 - 코로나 시대에 새로 쓰는 감염병의 역사
야마모토 타로 지음, 한승동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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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야마모토 타로 씨는 1990년 나가사키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도쿄대학 의학연구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2007년부터 나가사키대학 열대의학연구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을 쓸 때는 오키나와현에 설치된 코로나19 대책본부 총괄정보부로 파견되어 새로운 감염병과 싸우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인 이상, 감염병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감염병과 어떻게 공생하고 어떻게 잘 어울리며 살아갈 것이가.... 그것을 다시 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9페이지)

저자는 감염병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못 박는다. 일말의 여지는 없다. 우리는 감염병을 박멸할 수 없다. 그들과 공생해야 한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홍역, 천연두, 페스트 등 다양한 감염병이 어떤 역사를 만들어 냈는지 소개한다.

인류 문명의 발전과 함께 찾아온 감염병이라는 시련. 인류는 어떻게 이를 극복해 왔을까? 저자는 세계사에 숨어있는 감염병과 관련한 흥미로운 대목을 전해준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페스트 이후에 유렵의 변화다.

저자는 페스트가 가져온 영향을 크게 세 가지 소개한다.

먼저, 노동력의 급격한 감소가 임금 상승을 야기했으며, 농민은 한층 운신의 폭이 넓어졌고, 농노나 거기에 의존한 장원 제도의 붕괴가 가속화했다.

둘째, 교회가 권위를 잃고 반대로 국가라는 존재가 사람들 의식 속에 등장했다.

셋째, 인재가 바닥나면서 기존 제도 아래에서는 등용될 수 없었던 인물들이 등용됐고, 이는 사회나 사상의 틀을 바꾸는 하나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흔히 21세기 인류의 역사는 코로나19 유행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들 말한다. 정말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더 변화할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 이 코로나19라는 감염병과 싸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발 빠르게 백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대목에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에 등장하는 의사 '리외'의 말이 떠오른다.

"페스트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그 균은 수십 년간 가구나 옷가지들 속에서 잠자고 있을 수 있고, 방이나 지하실이나 트렁크나 손수건이나 낡은 서류 같은 것들 속에서 꾸준히 살아남아 있다가 아마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또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워서 어느 행복한 도시로 그것들을 몰아넣어 거기서 죽게 할 날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페스트』 리외-

사피엔스와 바이러스의 공생』의 저자는 말한다.

"인류가 무엇인가를 개발한다는 것은, 새로운 감염병에 걸릴 준비를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할까?

"앞으로 무엇이 나를 기다리는지, 이 모든 일이 끝난 다음에는 무엇이 올 것인지 나는 모릅니다. 당장에는 환자들이 있으니 그들을 고쳐 주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그들은 반성할 것이고, 또 나도 반성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긴급한 일은 그들을 고쳐 주는 것입니다. 나는 힘이 미치는 데까지 그들을 보호해 줄 것입니다. 그뿐이지요. " - 『페스트』 리외-

우리 모두는 코로나19라는 터널을 함께 지나고 있다.

일단 이 터널을 빠져나가기 위해 우리는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갈 뿐이다.

시시포스의 형벌처럼....

이 터널을 지나간 후에 우리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좋은 책을 만들고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감상입니다.]

자연 파괴는 끝내 인간에 대한 보복으로 돌아온다. 메소포타미아 땅에서 벌어진 삼림 벌채는 땅을 사막화시켰고 염해를 불러왔다. 이것이 문명 쇠퇴의 원인이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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