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걷는사람 시인선 27
안상학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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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집을 읽었다.

평소 읽던 짤막한 시와는 달라서 살짝 당황했지만 서사가 있어서 그런지 더 푹 빠져들어 읽은 것 같다.

시인 안상학 님은 두 번째로 낸 시집 제목 때문에 '안동소주 시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 권정생 선생 사후에 유품을 정리하고 추모 사업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시집에도 안동과 권정생 선생 관련 시들이 몇 편 담겨있다.

다른 시들도 좋았지만, 50 편의 시 중에서 <중산간 지역>이 마음에 남았다.

제주 함덕에 서우봉에 오른 적이 있다.

제주 오름에 오르다 보면 4.3 항쟁 때 마을 사람들이 굴속에 숨었던 흔적 등을 볼 수 있다.

서우봉에도 그런 굴이 있다.

굴에서는 무더운 여름인데도 시원한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차가운 김이 나왔다.

*****

언제쯤이면 경계를 지우고 어우러질까요

거기든 여기든 해와 달이 오고 가고

여기든 거기든 착한 계절들이 가고 오는데

잃어버린 마을에는 언제쯤 사람들이 살아갈까요

갈라섬도 맞닿음도 없이 살아갈까요

*****

(83페이지 <중산간 지역> 중에서)

얼마 전 읽은 전정숙 작가의 『들어갈 수 없습니다!』도 생각났다.

또, 어제 백화점에 갔던 일이 떠올랐다.

주차장에서 일반 차는 더 아래로 내려보내고

vip 차량은 바로 빈자리로 가라고 했던 것이다.

나는 그 모습에 살짝 충격을 받았다.

오랜만에 차를 타고 백화점에 가다 보니 내가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는가 보다.

원래 이런 것인가,

이것이 현실인가.

음, 자본주의 사회니까 어쩔 수 없는 건가?

vip로 바로 주차하는 사람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서 주차하는 사람

어떤 차이가 있을까?

콘서트 좌석도 vip석은 비싼 게 당연하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그래도 기분은 참 별로다.

vip가 되면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건가....

시인은 시를 쓰지 않아도 좋은 날이 오기를 빌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고 했다.

앞으로도 그런 날은 오지 않겠지...

그래도 그런 날이 오기를 나도 시인처럼 빌어본다.

오랜만에 시를 읽으니 참 좋다.

저자의 다른 시집도 읽어보고 싶다.

『그대 무사한가』, 『안동소주』, 『오래된 엽서』, 『아배 생각』,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가을밤 시를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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