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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 글로벌 기업은 왜 도덕경에서 혁신을 배우는가?
박영규 지음 / 더난출판사 / 2020년 9월
평점 :
저자 박영규 님은 노자와 장자, 주역, 그리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인문학자라고 한다. 고양이에서 살짝 미소가 지어진다. :)
언뜻 생각하기에 실리콘밸리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은 서양 철학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았을 법한데, 저자는 어떻게 실리콘밸리에서 노자를 찾았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는 여느 『도덕경』 해설서와 마찬가지로 도덕경 81장을 우리말로 번역한 후 해설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각 장에는 저자가 붙인 제목이 붙어 있는데 제목 하나하나가 기업의 CEO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만한 명언이다.
3장은 불견가욕 사민부쟁 (不見可欲 使民不爭)
'사리사욕을 버리고 조직의 번영을 도모하라'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다.
저자는 '어진 사람을 떠받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서로 어질게 되려고 다투게 되는데, 사람을 그저 사람으로 존중하고 대접하면 그런 다툼이 사라진다'라는 노자의 논리에 스타벅스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스타벅스는 광고비를 들이지 않는 대신 그 비용을 매장의 디스플레이와 종업원들의 복지에 투자한다고 한다. 특히 스타벅스는 직원을 차별 대우하지 않고 파트타임 직원에게도 정규직과 똑같은 의료보험 혜택을 주고, 스톡옵션도 동등하게 나누어 준다고 한다.
"매장에서 고객이 경험하는 것은 곧 그 업체의 생명이다. 한번 나쁜 경험을 하면 당신은 그 고객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이다. 만일 당신의 사업이 대학에 다니는, 한 스무 살 먹은 파트타임 종업원의 손에 달렸다면 그 사람을 단순한 소모품으로 다룰 수 있겠는가? 나는 경주에서 승리하기를 원한다. 또한 나는 경주가 끝났을 때 아무도 뒤처지지 않기를 바란다. 만일 소수의 회사 간부와 주주들이 종업원을 희생시켜 승리한다면 그것은 승리라고 할 수 없다. 우리 모두가 함께 결승 테이프에 도달해야 한다."(33쪽)
스타벅스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하워드 슐츠의 말이다.
나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솔직히 나는 스타벅스에 가서 쓸데없이 비싼 커피를 마시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류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나는 종종 스타벅스에 간다.
남편이 스타벅스 쿠폰을 누가 주었다면서 나에게 주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조각 케이크나 과일 주스만 사서 바로 매장을 나오기도 하지만
집중해서 할 일이 있거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면
아이들을 떼어놓고 혼자 스타벅스에 간다.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스타벅스에 가는 것도 맘이 편하지 않은 요즘이지만 그래도 한때나마
스타벅스에서 즐기는 여유가 나에게는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워드 슐츠의 말을 읽고 나니 커피를 싫어하는 나조차도 스타벅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다 있었구나 싶다. 다 그들의 계획이었던 거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또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스타벅스로 향할 것 같다.
모든 리더들이 직원이나 팀원을 함께 결승 테이프에 도달해야 할 동료로 여긴다면 저자의 말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 노사갈등, 조직 내 리더십 문제 등이 저절로 풀릴 것만 같다.
이 책은 도덕경이 그렇듯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마음자세나 덕목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인 나에게도 깊이 다가오는 한 대목이 있었다.
바로 60장,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
'맡겼다면 간섭하지 말고 기다려라'이다.
'큰 나라를 다스릴 때는 작은 생선을 굽듯이 한다'
내가 큰 나라를 다스릴 일은 없지만,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자꾸만 내 마음대로 하기 위해 간섭하고 참견을 하려고 할 때가 많다.
그냥 지켜봐 주어야 할 상황에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참견을 해서 일을 그르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노자는 실리콘밸리에만 있지 않다.
글로벌 기업의 리더뿐만 아니라 누구나 노자의 도덕경을 읽으면 자신에게 필요한 덕목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한 기업의 CEO이거나 리더라면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를 읽으며 뉴노멀 시대를 준비해 보기 바란다.

가장 낮은 것이 가장 높은 것이고, 가장 천한 것이 가장 귀한 것이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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