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딛고 사랑을 되찾은 나의 가족
오에 겐자부로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8월
평점 :
절판


오에 겐자부로의 아들은 중증 뇌장애자로 태어났다. 유산시켜야하느냐 마느냐로 실존주의자인 오에는 많이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생의 짐이되어 자신을 속박할 자식이기에. 아이를 출생시키기로 결심하는 과정이 사르트르가 허무주의적인 실존주에에서 윤리를 구조화하는 과정과 닮아있다. 오에 겐자부로 자신은 윌리엄 포크너의 '야생의 종려나무'의 마지막 구절을 따서, '슬픔과 무 사이에서 나는 슬픔을 택한다.'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 책은 그렇게 성립한 가족이, 30년이 흐른 즈음 어떻게 치유되고 있는지를 담은 수필집이다. 원래 일본의 의학잡지에서 연재되었던 것이다. 청명한 풍경화/정물화/인물그림 들은 오에의 부인인 유카리가 그렸다. 뇌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에게, 새 소리로 첫 말문을 열게하는 과정이 눈이 시리다. 새 소리에 반응했기 때문일까, 아이는 작곡가로 성장하여 모짜르트 풍의 소박하고 맑은 곡들을 쓰게 된다.

필자가 일본여행에서 감동받았던 것은, 장애인들을 위한 훌륭한 시설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특히 잘사는 집 아이들중에 장애인을 찾아볼 수 있는가? 장애인들은 유산되거나 광 속에 갇혀있다. 휴머니즘은 번지르한 말로만 구조화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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