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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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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말아야 할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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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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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불편해도 괜찮아

 

김두식, 창비,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2011년 첫 책, 불편해도 괜찮아

 

새해 기념으로 방 정리를 싹 했다. 책장을 옮기고 책을 다시 꽂고- 책 참 많더라. 책장 두개에 여러 가지 책들이 빼곡했다. 어떻게 이걸 다 정리하나 싶을 정도로 책이 많았다. 물론 흐뭇하고 배부른 느낌이긴 했는데, 그러다 보니 알라딘 인문 MD의 서평에 홀려! 작년에 사 두고 깜박하고 있던 책들도 꽤 많았다. 올해는 그 책들 먼저 읽고 쇼핑을 시작해야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을 하게 됐다.

 

인권 이야기를 새해 첫 책으로 읽기 시작하다니, 보통 사람들은 새해 첫 책을 뭘로 시작하나 갑자기 궁금해졌다. 무언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취지의 책을 읽긴 해야 할텐데 아침형 인간 되기, 이런 류의 책을 알레르기 일으키듯 싫어하는 나로서는 기분 좋게 선택할 수 있는 책이 이것이었다.

 

불편해도 괜찮아

 

엥? 불편하다는 건 나의 익숙함과 예측 가능한 상황들을 벗어난 무엇인가인데, 그게 왜 괜찮아? 불편한 건 안 괜찮다. 신발에 돌 한개만 들어가도 당장 벗어서 털고 싶고, 지하철 운행이 열차 시각표보다 1분만 늦어도 아침에는 성질이 파바박 나는데, 성질 급한 한국인들 중에서도 성질 급한 나로서는 불편한 건 안 괜찮은 거다. 그런데 불편해도 괜찮아 라니.

 

..... 알고보니 그 불편한 게 아니란다.  

인권감수성,

인권감수성의 핵심은 불편함이라고 책 뒤에 떡 하니 써있다.

작가가 책에서 말하는 인권감수성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당연하게 선택하는 것들을 보고 불편함을 느끼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불편의 세계에 눈을 뜨면,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볼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누가 봐도 가진 게 많아 보이는 반듯한 사람이다. 학벌도 좋고, 검사, 변호사, 법대 교수 - 이런 타이틀들이 화려하게 붙어있다 보니 사실은 이 사람을 몰라도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보긴 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렇게 빠지는 것 없이 잘 살 고 있는 사람이 영화를 통해서 인권을 읽어나가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너무나도 섬세해서 신기하다. 작가는 다큐멘터리들, 오래된 미국 영화들, 관객에게 외면당한 아카데미상 수상작들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쉽게 무시하고 덮어두었던 문제들을 보여주고, 영화의 흐름에 관객이 편하게 흘러가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받아들이고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던 사회적 통념들에 대해 하나씩 짚어가며 그것이 왜 잘못된 것인지를 알려준다.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불만을 갖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가 느끼는 이러한 불편함이 사회를 보는, 그리고 그 부산물인 예술 작품들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바르게 판단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올 해는 불편해도 괜찮아,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볍게 시작해서 따뜻한 마음을 섞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책을 덮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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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 사랑이 내게 온 날 나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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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내게 온 날 나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장영희의 영미 시 산책
생일


2009년 별세하신 서강대의 고 장영희 교수님.
이 분이 조선일보에 1년간 연재한 칼럼을 엮어 만든 책의 첫번째 권이 바로 이 생일이다.

사랑이 내게 온 날 나는 다시 태어났다고 해서 책 제목도 생일 인가보다 :)

그리고 책에서 설명하는 첫 시의 제목도 Christina Rossetti의 Birthday이다.

My heart is like a singing bird
Whose nest is in a watered shoot;
My heart is like an apple-tree
Whose boughs are bent with thickset fruit;
My heart is like a rainbow shell
That paddles in a halcyon sea;
My heart is gladder than all these
Because the birthday of my life
Is come, my love is come to me

내 마음은 물가의 가지에 둥지를 튼
한 마리 노래하는 새입니다.
내 마음은 탐스런 열매로 가지가 휘어진
한 그루 사과나무입니다.
내 마음은 무지갯빛 조가비,
고요한 바다에서 춤추는 조가비입니다.
내 마음은 이 모든 것들보다 행복합니다.
이제야 내 삶이 시작되었으니까요.
내게 사랑이 찾아왔으니까요.
(장영희 번역)

 같 이 공모전 했던 세진씨가 나한테 어느 날 사랑에 관한 영시 좀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시를 배운 지 너무 오래돼서 생각나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대충 아 기억나는 게 없네요 어쩌나 하고 얼버무리고는 집에 가는 동안 생각해봤다. 생각 나는게 딱히 없더라. 물론 가지 않은 길 뭐 이런 시같이 누구나 아는 그런 시들이야 나도 알지만, 수업 시간에 시험 공부 해 가면서 배웠던 것들은 많이 정도가 아니라 싹 까먹었구나 싶어서 부끄러운 마음에 한참 전에 접어뒀던 이 책을 다시 폈다. 아, 영미 시. 오랫만이다.
 
 책 은 중간까지만 읽고 한참 지나 또 읽어도 문제가 없는 그런 간단한 에세이의 모음이다. 그래서 부담없이 추천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장영희 교수는 꽤 유명한 작가라서 많이들 알고 있지만 조금의 설명을 더하자면, 서강대 영문과 교수이고, 소아마비 때문에 어린시절부터 늘 목발에 의지해야 했고, 이후엔 암으로 투병생활을 한 사람이다. 결혼도 하지 않았었고, 결국 암으로 57세에 세상을 떠났다. (물론 누군가를 설명할 때 장애가 있고 미혼이며, 라고 말하는 게 실례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소개할 때는 그런 부분을 보통 따로 언급하지 않지만, 이 분의 에세이에는 삶이 묻어 있기 때문에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았다.)

  아예 책 제목이 생일 - 사랑이 내게 온 날 나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고, 사랑에 대한 길지 않은 시들이 한글 번역과 함께 작가의 한 페이지 정도의 코멘트와 김점선씨의 그림과 함께 버무려져 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책을 읽다 보니 작가가 이야기하는 사랑이 마음 한 켠을 아프게 하더라. 왜일까 생각해보니 작가의 삶에 대해서 내가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게 문학이란 작가가 쓰는 펜과 같다. 혹은 요즘의 발전하는 컴퓨터 기술에 비유하자면 타이핑하는 행위 정도? 결국 문학은 작가의 생각과 사상을 표현하고, 당대를 재치있게 에둘러 풍자하는 것처럼, 작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흔적을 결코 지울 수 없는 그런 것? 그래서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작가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과거를 뒤집어 보여주어야 한다. 상징적으로든, 비유를 통해서든, 아니면 아예 직접적으로든지간에. 이 분이 시들을 통해서, 그리고 그 뒤에 덧붙인 글에서 말하는 사랑은 자신의 첫사랑에 대해 열 일곱 소녀가 설명하듯, 보송 보송 아름답다.마치 사랑의 찌질하고 구질구질한 부분들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어떤 서평은 유치하다고 별 한개만 줬던데, 나는 오히려 그 사랑에 대한 정의들이 너무 뽀얗고 보송보송해서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내가 아는 사랑은 그렇게 아름답지 못한 것에 대해서, 그렇지만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그런 갈망이 내 안에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하나 인용하고 싶은 시가 있는데
새러 티즈데일의 선물(gift).

I gave my first love laughter,
I gave my second tears,
I gave my third love silence
Thru all the years.

My first love gave me singing,
My second eyes to see,
But oh, it was my third love
Who gave my soul to me.

나는 한평생 살면서
내 첫사랑에게는 웃음을,
두 번째 사랑에게는 눈물을,
세 번째 사랑에게는 침묵을 선사했다

첫사랑은 내게 노래를 주었고
두 번째 사랑은 내 눈을 뜨게 했고
아, 그러나 내게 영혼을 준 것은
세 번째 사랑이었어라.
(장영희 번역)

 사랑이 오는 날, 나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침 대에 앉아 잠들기 전 이 시들을 쭉 읽으면서-  다시 태어난 것 같은 사랑을 나는 해 본적이 있을까, 보송보송 햇병아리 털 같은 첫사랑 말고, 눈물을 주었던 두 번째 사랑 말고 내게 영혼을 주는 세번째 사랑이 내게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사랑, 하고 있을 때 말고 끝나고 나서 나는 내가 다시 태어나는 것 같은 사랑을 했었다 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시간이 아깝지 않겠지.

따뜻하고 아름다운 책이다. 영문학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 읽어봄직한, 질 좋은 시를 두루 엮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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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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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완료


 

사실 이 책은 내 위시리스트에 재작년부터 있었는데 장바구니에만 열번쯤 담았다가 놨다가 한 책이다

파리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갔을 때도 이 책 원서를 발견해서 살까 말까 살까 말까 하다가

10유로, 9유로 이쯤 하는 책값이 그때는 부담돼서 못 사고 그냥 나왔었다

사실 그 때 나니아랑, 달과 6펜스 헌 책도 꼭 사고 싶었는데 없더라 아쉽게도. 괜히 그 옆에 앤틱 서점 한바퀴 둘러보고 나왔다.

초반에 페이스트리 너무 먹지 말고 그 돈으로 책 살걸 그랬지 흑흑 뒤늦은 후횔 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보니까 알라딘에서 중고 책을 판매하고 있는 거다. 오오 배송료까지 해서 5천원을 조금 넘는 착한 가격.

책 상태도 완전 좋다고 해서 결국 번역본으로 주문해선 오늘 두시간만에 다 읽었다.


이야기는 매우 담담하게 흘러간다. 


알 수 없는 재앙이 일어난 지구, 아들과 아버지가 생존해 있다. 그들은 이야기의 시작점부터 끝까지 바다가 있는 남으로 남으로 걷지만 독자들은 남쪽엔 무엇이 있는지 왜 그곳으로 가는지 알 수 없고, 날씨마저 떠다니는 재 때문에 늘 춥고 어둡다. 

과거 가 무너지고 미래가 불투명하고, 확실한 것은 그들이 현재 살아있다는 것뿐이다. 이야기의 흐름도 현재에 집중되어 있다. 마치 이 아버지와 아들이 무너진 폐가를 뒤지며 과거의 문명 사회의 물건들과 음식들을 찾아내는 것처럼 그들의 과거를 아버지의 기억 틈새로 조금씩 보여주기만 한다. 그들의 현재는 날씨처럼 뿌옇고 춥다. 싱싱한 음식은 남아있지 않아 그들은 누군가가 저장해 둔 통조림들을 먹으며 계속해서 길을 간다. 간간히 나타나는 다른 생존자들은 서로를 경계하고, 죽이고 심지어 잡아먹기까지 한다.


아들과 아버지는 길게 대화를 나누지도 않는다. 그들은 그저 걷기만 할 뿐이다. 남으로, 바다로. 우리는 불을 운반하는 사람들이니까, 라는 알 수 없는 말만 한다. 아버지는 인간이라기보다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살아야 아들과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데, 그가 인간적일 때는 오직 아들과의 관계에서뿐이다. 아들은 아버지가 경험했던 전쟁 이전을 전혀 알지 못해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상상만 할 뿐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위해 과거를 아름답게 각색해 들려준다 


이 건조한 이야기의 흐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아무래도 눈물 한방울 흘릴 수 없는 그들의 심리상태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하실에 갇혀 있는 벌거벗은 사람들을 구해 줄 수 없고 늙은 노인에게 음식을 주되 숟가락을 함께 줄 수는 없다. 그 사회에서는 정의와 인정이라는 것은 이미 메말라 없어진 과거의 것이다.

원작은 2006년 제임스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상,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오프라 윈프리 클럽 도서’ 에 선정되었고, 얼마 전 비고 모텐슨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론 눈먼 자들의 도시와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그것보다 더 바싹 마른 듯한 작품이다. 너무 쉽게 읽혀서 의외였다. 인간의 존엄성이 모두 사라진 공간에서 이 책은 조용하게 세상의 마지막 날 이후의 삶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를 풀어 나가지만 두려움이 조용하게, 뒷덜미가 선뜻하게 찾아올 정도로 생생하고 날카롭다.

이런 이야기를 읽고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염세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들과, 숨을 깊게 들이 쉬었다가 내 쉬었을 때의 느낌을 주는 결말은 잘 썼다는 생각을 넘어 아름답게 느껴졌다.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원서로 다시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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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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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성이 모두 사라진 공간. 조용히 세상의 마지막 날 이후의 삶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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