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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소설 단어사전 - 원서 읽기가 쉬워지는
Bryan Park 지음 / 넥서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단어란 맥락을 통해 익혀야 쓸모가 있다고들 한다. 즉 원서와 같은 살아있는 글을 통해서 체득해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지, 단어집에 파편의 형태로 있는 단어를 외우는 것은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평범하고 당연한 진리 같은 말이지만, 영문을 자주 접하는 환경에 있지 않은 한국인들에게는 빛바랜 조언일 뿐이다. 소용이 있을까 의문이 들면서도 'XXXX 영단어, 'VOCA XXX'등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원서를 읽으면서 단어를 찾고 익히고 하는 것은 얼마나 요원한 일인가.
이책은 그런 한계점을 훌륭히 극복했다
라고 운을 떼서 본격적으로 책에 대한 리뷰를 해보겠다. 책에는 370개 정도의 표제어를 선정하였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문학작품에 특별히 많이 나오는 Literary Words를 꼽은거라 한다. 천단위 만단위에 이르는 단어가 수록된 단어집을 접했던 사람들은 '에게, 겨우?'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표제어'만 370단어이고, 또한 그만큼 알짜배기 단어들이 있는 것이라 효율은 더 높을 듯하다. 나는 원서를 읽을 때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그냥 지레짐작하고 넘어가는 편인데, 그런식으로 눈에 익은 단어가 여럿 수록되어 있었다.
이 책이 종전 단어장의 한계를 극복한 것은 단어를 맥락을 통해 익힐 수 있게 한 점에서이다. 간단한 책소개대로 이 책은 문학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를 주요 문학작품에서 인용하여 수록하였다. 누구나 이름은 들어왔음직한 20개의 문학작품으로 장이 나누어져 있고(작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있어 추천도서목록을 보는 기분이다) 거기에서 가져온 단어들로 각 장이 채워져 있다. 한 페이지에 한 표제어만 수록되어 있는데, 영영한의 단어뜻과, 단어 뜻의 유래나 활용에 대한 해설, 그리고 그 단어가 포함된 소설의 문단을 통째로 가져와 두었고(해설도 있다), 그 문단에 포함된 다른 단어들이 아래에 뜻과 함께 정리되어 있다. 문장만 달랑 가져오는 게 아니라 문단을 가져왔기 때문에 원서에서 단어를 찾아 익히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는 것이다. 또한 문단 내의 다른 단어 또한 쓸모있는 것이 많고, 뒤에 인덱스로 또 정리가 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여기에 수록된 단어는 1천4백 단어쯤 된다.
표제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비약적인 어휘력 증대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표제어 외 1천개 가량의 기타어휘를 추가로 외운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그렇게 공부하기는 좀 힘들 것 같았다). 또한 문학적인 어휘는 학술적인 어휘와 다르기 때문에 토플 같은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본다면 아마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토플 공부에 적절한 단어집은 이미 시중에 많이 있다). 하지만 원서를 볼 때 막히는 단어가 많아 읽지 못했던 이들에게는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너무 곰팡이 냄새 나는 단어나, 너무 쉬운 단어는 거의 없다. 원서를 좀 자주 접했던 사람이라면 뉘앙스는 가물가물한데 눈에는 익은 단어가 많을 것이다. 제대로 익히고 다른 원서를 본다면 아마 조금이나마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 들 거다. 나는 그랬다.
아쉬운 점은 내용의 오디오 파일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디오로 들으면 학습효과가 증대되는 것이 당연지사라 요즘 오디오파일은 단어집의 기본이 된 듯한데, 상당히 좋은 컨텐츠를 또 상당히 좋은 시스템으로 구성해서 정말 마음에 든다 싶었는데, 왜 그것만은 빼먹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지문의 양이 꽤 되는 터라 상당한 양이 되었을 것은 틀림 없지만 정말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근래에 본 영어관련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홈페이지를 통해서라도 MP3가 제공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