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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파이 이야기 (특별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토미슬라프 토르야나크 그림 / 작가정신 / 2017년 9월
평점 :

몇 해 전 개봉했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원작 내용도 모르고 예고편의 영상미에 빠져 개봉 첫 날 혼자 달려가서 본 기억이 난다. 파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 소년이 한마리의 호랑이와 함께 망망대해를 표류하던 장면. 맹수와 대치하던 긴장감 넘치는 장면과 은빛 물고기가 뛰어노는 밤바다를 여유롭게 유영하던 둘의 모습. 원작을 읽어보지 않은 덕분이라 해야하나 감동은 물론 충격도 더 했다.
소설 [파이이야기]는 2002년 맨 부커 상 수상작으로 현재까지도 전세계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이다. (무려 누적판매가 1000만부에 이른다고 ㄷㄷ)
덧붙이자면, 작가 얀마텔은 제7회 박경리문학상 최종후보자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를 포함한 쟁쟁한 후보들과 견주었다.)
『파이 이야기』는 인도 폰디셰리 동물원 사육사의 열여섯 살 난 아들 파이 파텔의 이야기이다. 파이는 종교적인 광신도이지만, 자신이 어떤 종교의 광신도인지는 아직 확실히 알지 못한다. 대신 서로 다른 신앙들을 “파리들”처럼 끌어모으며 기독교와 이슬람, 힌두교를 동시에 믿는다. 파이의 아버지는 캐나다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정하고, 파이네 가족은 동물들과 그 밖의 가진 것들을 꾸린 뒤 화물선에 오른다.
작가정신의 새로운 [일러스트 파이이야기]는 기존의 소설에 국제공모전에서 수상을 한 일러스트가 함께 담겨있어 그림을 보는 즐거움까지 안겨준다.
중간에 흐름이 끊길까 책을 내려놓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소설.
영화를 먼저 본 것이 아쉬울 정도로 영상 이상의 표현력에 감탄해 마지 않았다.
표류하는 배 안에서의 숨막히는 전투, 살기 위해 사냥하는 파이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은 물론 끝 없이 펼쳐진 무섭고도 아름다운 바다와 미어캣들이 살고 있는 섬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한 장면들은 경이로웠다.
소설은 총 3개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는데 2부인 ' 태평양' 부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넘치는 표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사실 모든 소설이 그렇지만 특히 파이이야기 2부는 단숨에 앉은자리에서 끊지 않고 읽는 것을 추천한다.
망망대해에서 살아남기 위해 맹수와 공존하며 고군분투하는 파이의 모습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펴보는 것이 즐겁기도 했고 자연의 신비스러운 모습들에 감격하기도 했다.
이 소설을 더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단순히 이 작품이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위기의 극복에 대한 파이의 모험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다들 알다시피 이 소설의 묘미는 바로 마지막 챕터. 그 한장의 챕터가 아주 소름끼치고 어마어마한 반전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잔인하고도 깊은 생각에 잠겨들게 하는 심오함을 담고 있는 마지막 챕터는 몇 번을 읽어봐도 엄청난 힘이 담겨있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기에 이러쿵저러쿵 개인적인 소견을 더해가며 추천하기가 조심스러웠던 작품.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책은 이유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던 작품이었다.
"그럼 말해보세요. 어느 이야기가 사실이든 여러분으로선 상관없고, 또 어느 이야기가 사실인지 증명할 수도 없지요. 그래서 묻는데요, 어느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나요? 어느 쪽이 더 나은가요?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요. 동물이 안 나오는 이야기요?"
482p
"사랑한다!"
터져 나온 그 말음 순수하고, 자유롭고, 무한했다. 내 가슴에서 감정이 넘쳐났다.
"정말로 사랑해. 사랑한다, 리처드파커. 지금 네가 없다면 난 어째여 좋을지 모를 거야. 난 버텨내지 못했을 거야. 그래, 못 견뎠을 거야. 희망이 없어서 죽을 거야. 포기하지마, 리처드 파커. 포기하면 안 돼. 내가 육지에 데려다줄게. 약속할게. 약속한다구!"
35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