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1
한수산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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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산 작가님이 장장 27년간의 탄탄한 사전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만들어 낸 역사소설.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소설이 1,2권으로 나뉘어 길고도 어둡고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다.
군함도는 곧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동명의 영화와 같은 역사를 소재로 하여 한 뿌리를 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다.



군함도 혹은 하시마는 무한도전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고, 우리나라의 역사를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무지함이 원통하고 답답한 마음만 들었다.


우리민족을 짓밟고 강제로 징용하여 많은 이들을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그 잔인한 만행으로도 부족해
그 섬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여 유명한 광광지로 이용하고 있는 일본.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로 대응하고 있는 그 뻔뻔스러움에 혀를 내두를 뿐이다. 그들은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사과와 보상을 하지 않기 위해 과거를 왜곡하고 은폐하지만 사과를 받아야 할 우리는 왜 이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

지인이 영화 군함도의 예고편을 본 후 자신은 이 영화를 보지 않겠다 말했다. 저런 어두운 영화는 우울하다며... 우리조차 이 일을 외면하고 세계에 알리지 않으면 누가 알아주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소설 군함도를 추천하고 싶다. 비록 픽션이 가미되어 있지만 군함도로 강제징용 당한 노동자들의 삶과 애환, 몸과 마음이 찢겨져 나가는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세계가 이 사실에 관심을 집중할 수 있도록. 그 일을 우리가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소설을 읽다보면 여러차례 분노하고 울컥하게 된다. 나라를 잃고 부모를 잃고 가족을 잃고 집으로 돌아가기만을 꿈꾸던 소박한 이들에게 왜 이런일이 일어나야만 했는가. 소설을 읽는내내 가슴이 아리고 목이 메여 다음장을 펼치는 것이 힘들 정도였다. 

소설에 등장하는 다수의 등장인물들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이리저리 정처없이 떠돌다 몸을 팔게 된 금화. 겨우 마음을 열고 같이 살고 싶은 사람이 생겼지만 그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편하게 살기 위해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했지만 결국은 자식을 징용 보내야 했던 어리석은 지상의 아버지. 아버지를 원망하고 미워했지만 자신도 살아남기 위해 일본의 편에 서야 했던 지상.
애끓는 사랑을 간직한 채 남편없이 홀로 아이를 낳고 군함도에 끌려간 남편 지상을 기다리는 순애보 서형. 
그 시대 충분히 있었을법한 지극히 현실적인 주변인들의 이야기였다.

일본에 의해 강제로 징용당해 끌려가던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가족에게도 알리지도 못한 채 군함도에 도착했다. 돈은 커녕 먹을 음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군함도 지하 탄광 아래에서 석탄재를 뒤집어 쓴 채 언제 폭팔할 지 모르는 위험을 끌어안고 일을 해야만 했다. 일본인에게 군홧발로 짓밟히기 일쑤였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순하기만 한 사람들. 몇몇은 군함도에서의 삶이 너무도 지옥같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탈출 뿐이라는 생각에 목숨을 걸고 칠흙같이 어두운 바다에 뛰어든다. 

말로만 들었던 그들의 삶을 글로 읽으며 떠올려 보는 것은 생각보다 더 고통스러웠는데 2권 말미에 들어가 그간 알지 못했던 사실을 접하며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군함도에서의 시간을 이겨내며 도망가거나 살아남았던 노동자들마저도 나가사키 원폭으로 인해 끝내 피폭되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사실. 어쩜 이리도 잔인한 운명이란 말인가. 

지상과 서형이 자신들이 낳은 아이의 세대에는 지옥같은 세상이 아닌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바라며 간절히 빌었던 것처럼 이번세대에서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와 대응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이 고통이 다음세대에는 전해지지 않기를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 또한 빌었다.

소설을 읽으며 놀랐던 것은 이것이 연륜이구나 느껴지던 한수산 작가님의 오랜세월 다져진 강단 있는 필력. 영상을 보는 듯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한 풍경 묘사와 다수의 등장인물을 한 사람도 소홀하지 않고 그 인물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는 표현력. 친근감과 생동감이 느껴지도록 구성진 사투리까지. 
게다가 소설 중간중간 오래된 조사로 이루어진 군함도에 대한 사전지식들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실제 군함도를 겪은 것처럼 오랜세월 수많은 이들과 만나 자료를 얻으며 집필했을 노력이 전해졌다. 27년간 사전조사와 인터뷰가 얼마나 힘겨우셨을지. 힘겨웠지만 꼭 밝혀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을 작가님의 긴 시간과 용기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트렌디한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거나 고전적인 느낌에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지만 시대적인 배경도 감안해주었으면 한다.
내용과 문장들 자체도 좋았지만 작가가 전달하는 메세지의 호소에 좀 더 주목하며 읽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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