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 출세욕 ㅣ 먼슬리에세이 2
이주윤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 디자인이 예뻐 두장을 올려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작가 뿐 아니라 편집자, 그리고 표지 디자이너의 노고를 알기에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된다.
이 책은 잘 팔리는 작가가 되고픈 저자의 솔직담백한 이야기이다.
저자 이주윤은 제목에선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라고 포부있게 외치지만
"이 책이 잘 팔릴까? 사람들이 내 책에 일정금액을 투자할만큼 내가 가치있는 글을 쓰고 있을까?"를 고민하는 소심하고도 진솔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책이 팔려야 생계가 유지되고 생계가 보장되어야 글을 계속 써나가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은 노골적이지만 오히려 그 숨기지 않는 날 것의 느낌이 좋았다.
세상은 예술가는 가난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말을 늘어놓고, 글을 쓰는 노동에 대해 정당한 금액을 요구하는 것을 속물 취급한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라는 드라마에서 생계를 이어가지 못해 더이상 글을 쓸 수 없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시인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팔리지 않으면 마음놓고 글을 쓸 수 없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 직설적인 제목이 많은 독자에게 와 닿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재능있는 사람들이 계속 쓸 수 있도록 책을 사고, 또 읽어 달라고. 대신 외치고 싶었다.

<목차>
책은 크게 파트1과 파트2로 나뉘어있다.
파트1은 이주윤이라는 사람의 이야기
파트2는 작가 이주윤과 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파트1에서 만난 작가 이주윤은 적당히 재치있고 적당히 진지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고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고뇌를 느끼는 부분에선 함께 고민했으며,
결혼을 종용하는 아버지의 잔소리를 센스있게 맞받아치고 무분별하게 그녀의 글에 악플을 다는 사람들에게 무지개 반사를 외칠 땐 소리내어 웃었다. (개인적으로는 파트1이 정말 재밌었다. 별 거 아닌 이야기도 정말 재치있게 풀어가는 능력이 있다.)
작가는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취업을 위해 간호대에 입학했으며 최종적으로는 글을 쓰는 삶을 살고 싶어 여러 학원을 전전했다고 한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사회에 나와 무엇이든 되어야 했으니까, 급한 마음에 엉뚱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기에 먼 길을 돌아 온 것이다.
나 또한 오랜 방황의 길을 거닐고 있는 사람이기에 깊이 공감했다.
(작가가 된 지금도 학원을 기웃거리는 그녀를 보고 주위사람들이 실버대학까지 다닐 년이라고 했다는 말에 한참을 웃었다. 저도 같이 다녀요! 실버대학)
파트 2에서는 진짜 본인이 겪은 입장에서 말하는 작가로서의 삶과 출판업계의 이야기에 대해 들려준다.
책을 만들어 나가는 데 드는 수고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책은 물론이고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느껴졌다.
본인의 수고뿐 아니라 타인의 수고에도 공감하는 마음 깊은 사람.
얼마든지 망치세요. 다만, 망쳐도 끝까지 써보세요. 반드시 마침표를 찍으세요. 그렇게 마침표를 찍고 난 후, 시간을 두고 아침에 다시 읽어보세요. 내 글이 보이면 다음 글이 늘어요
23p
나의 이중성에 대하여, 나의 교활함에 대하여, 나의 개 같음에 대하여. 싫어하는 사람을 필요 이상으로 싫어하다가 혐오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하는 망상에 대하여.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과 행동을 실컷 해놓고 뒤늦게 후회하는 경솔함에 대하여. 내가 옳고 틀렸다고 생각하는 편협함에 대하여, 네 입장이 뭔지는 충분히 이해하겠는데 그래도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고 빡빡 우기는 아집에 대하여. 이 나이 처먹도록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름에 대하여. 이거 아니면 죽음 정말, 이거 아니면 끝장 진짜, 내 전부를 걸어보고 싶은 그런,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모름에 대하여. 아니, 사실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외면하는 뻔뻔함에 대하여.
너의 재능일랑 의심하지 말거라, 그러한 근심에서 빠져나올 수 없거든 마냥 괴로워하지만 말고 그 근심에 대해서라도 쓰도록 하거라, 그렇게 거듭 쓰다 보면은 너 역시 나처럼 오래도록 기억될 작품 하나 남길 수 있지 않겠느냐, 지친 내 등을 다독이는 것 같았다.
내게 글 쓰는 재능이 있는 걸까?
계속 글 쓰는 삶을 살아가도 될까?
좋아하는 일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 를 고민하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던 부분
소설이나 시를 쓰겠다는 굳은 마음가짐으로 써 내려간 글만이 글이 아니라는 사실을. 내 일기를 소설처럼 쓴다면 그게 소설이 되고, 내 일기를 시처럼 쓴다면 그게 바로 시가 된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내가 써온 일기 모두가 습작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조언도 들어 있다.
그래, 무엇이든 쓰자.
이것은 우선 생각을 정리해 문자로 표현한 것이다. 생각이 되는 대로 얼른얼른 문장화하는 습관이 생기면 '글을 쓴다'라는 데 새삼스럽거나 겁이 나거나 하지 않는다. 관찰력과 사고력이 예리해진다.
생각하는 것이 고스란히 글로 이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 내 문장력과 표현력의 한계를 느끼곤 한다. 매일 포기하지 않고 훈련하자.
작가란 직업은 내가 막연하게 꾸고 있는 꿈이자 목표이다.
작가로서의 삶을 솔직히 보여주는 책이 읽고 싶었는데 잘 골랐다.
작가라고 해서 어깨에 힘주고 무게잡지 않아 더 좋았다. 꾸밈없고 포장하지 않아 좋았다.
작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아니어도 괜찮다)은 공감하고 자극받을 수 있는 책이니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