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시행착오는 죄가 아니다
정다희 지음 / 한솜미디어(띠앗)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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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수민이가 아침부터 속이 메슥거리고 배가 아프다네요. 병원에 데려가셔야 할 것 같아요."

오전 11시. 점심시간을 1시간 남겨두고 딸아이 유치원 담임선생님께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하셨다. 왠만하면 아프다고 잘 안하는 아이인데 울기까지 했다고 하니 걱정이 되어 회사 팀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잠시 외출을 끊었다. 아빠는1시간 거리의 가시리 민박청소를 하러 갔기에 그나마 유치원과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내가 달려갔다.

아이는 저 멀리서 얼굴이 하얘져 담임선생님과 오고 있었고 나를 보자마자 내 앞에서 토를 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참고 엄마인 나를 보고 안심이 되었던 게지. 얼마나 안쓰럽고 또 한켠에 참았을 7살 딸이 대견했다.

유치원 화장실에서 나머지 토를 하고 엄마의 품 안에서 빠른 하원을 할 수있다는 기쁨때문이었는지 금세 얼굴이 밝아졌다. 하지만 손과 발, 배가 싸늘해서 이 상태로 소아과에 가면 기다리는 동안 컨디션이 더 안좋아질 것 같아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 좋아하는 장난감과 과자가 잔뜩있는 마트를 들러 평소와 달리 호탕하게 원하는 것을 고르라고 했다.

그랬더니 말도 많아지고 입가에 실실 미소가 띈다. 정신은 육체를 지배하는 것이 맞는 듯하다.

5000원짜리 전리품을 고이 품고 집으로 와서 소파에 눕힌 뒤 주말에만 나오는 TV도 틀어주고 흰쌀밥에 슴슴한 된장국을 끓여 주었다. 이뿌다 이뿌다 힘내라 힘내라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며 결국 병원도 안가고 반나절 만에 아이는 정상의 상태로 돌아왔다.

하지만 나는 가시리에서 남편이 컴백하자마자 토스하듯이 아이를 맡기고 오후 4시에 늦은 출근을 다시 했다. 물론 야근은 따논 당상이지.

워킹맘의 하루는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다.

아이가 아프면 특히나 속상하고 특별한 날 함께 오래 있지 못한 마음에 죄책감을 안 가질 수없는 나날.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들때 마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지금 충분히 행복하고 아이도 행복할 꺼라고. 그러기 위해 주어진 짧은 시간들을 더 사랑으로 채워주어야 겠다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이런 책을 언젠가 꼭 쓰고 싶었다. 아니 쓸거다.

커리어 때문이 아닌 돈 때문에 어쩔 수없이 회사를 다니는 생계형 워킹맘도 행복해질 수있다고 이야기해주고 응원해주고 싶다.

작가 정다희님은 책에서 그렇게 계속 이야기해주었다.

용기내라고. 속상해하지 말라고. 잘하고 있다고.

그래서 고마웠고 감사했다.

또한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할 것 같은 워킹맘에 대한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있을 것 같았다.

대신 내 자신이 나를 칭찬하고 자랑스러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가 언젠가 커서 다희님의 아이처럼 이런 말을 해준다면 정말 행복할 꺼 같다.

"나는 커서 엄마같은 엄마가 될꺼야, 꼭!"

 

< 책의 주요 구절 >

- 하루는 딸아이가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 나는 커서 엄마같은 엄마가 될 거야,꼭!"이러고 말했다. '어이구야 내 엄마처럼 키우겠다고 너한테 그런 모진 말들을 했는데도 너는 나처럼 되겠다고 하는 구나. 뭔 복을 타고났기에 이런 딸이 내곁에 있을까?'

- 당당한 모습을 가지려면 어느 정도 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형편에 맞게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준비된 내 모습을 거울로 봐라. 애 낳기 전의 서툰 모습보다 성숙이란 물을 한 사발 들이킨 내가 보인다. 난 아이 낳기 전보다 지금의 내 모습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 무엇이든지 혼자 짊어지고 완벽하게 보이려는 모습은 금방 지치게 하는 지름길이다. 워킹맘은 앞을 길게 내다보며 현명하게 조금씩 내려놓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완벽하려고 하지 말자. 부족한 부분은 서로 채워주면서 천천히 나아가면 된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서두르지 말자.

- 워킹맘은 당연히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인다. 그럴 때마다 힘들어하지 말자. 아이가 전부 바라보고 있다. 아이 눈에는 필터가 없다. 그 사람의 표정, 말투로 웬만한 것은 다 파악할 수있다. 신이 주신 순수한 눈이다. 아이가 자신때문에 엄마가 힘들어한다는 것을 모를리 없다. 아이들은 바보가 아니다.

- 왜 힘든지 명확히 하자. 그냥 힘들다는 표현은 누구나 한다.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지치고 힘들다면 왜? 무엇때문에?그런지 명확하게 알아보자. 힘들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야 해결할 수있다. 들어주는 사람 힘까지 빼면서 이유 없이 힘들다는 말을 남발하다 보면 결국 주위에 아무도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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