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함이 담긴 그림책

햇살 같은 너를 기다리며 ㅣ 레인보우 그림책
빅터 D. O. 산토스 지음, 안나 마르그레테 셰르고르 그림, 윤영 옮김 / 그린북 / 2025년 6월

그림책의 표지와 앞면지에 식물이 가득하다. 뒷면지는 그 식물에 꽃이 활짝 피어 있다. 앞면지와 뒷면지만 보아도 이 그림책이 희망을 품고 있다는 느낄 수 있다. 표지 속 아이의 표정은 살짝 어두워 보이지만 말이다.

그림책을 볼 때마다 작가 소개를 꼼꼼히 읽는 편이다. 이 책의 작가는 브라질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해 지금은 미국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 그림책이 이민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겠구나 싶었다. 그림책이 전하는 감정이 섬세해서 저자의 다른 책,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페드로의 여덟 살 생일에서 시작된다. 생일은 설레는 날이어야 하는데, 페드로는 설레지 않다. 새로운 곳에서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전 생활이 그리운 페드로의 모습에 다른 나라에서 살게 된 친구들, 잠깐 외국에서 살다 돌아온 친구, 그리고 나 자신이 낯선 곳으로 이사 가서 적응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같은 나라 안에서 이사만 해도 적응이 쉽지 않은데, 외국에서 새로 시작하는 건 얼마나 더 힘들까 싶었다. 특히 페드로가 친구가 너무 필요해 ai 로봇을 사달라고 부모님께 말하는 장면은 아이의 외로움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그림책에서는 이민자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아이가 부모님께 이민자의 의미를 묻기 때문이다. 아이의 대답에 아빠는 '이민자란 다른 나라에서 이곳으로 이사 온 사람을 말해. 바로 우리 같은 사람. 하지만 이민자가 되는 게 결코 잘못된 일은 아니야.'라고 알려준다.

어 사건으로 인해 페드로의 가족은 상처를 입지만, 또 다른 상황을 마주하며 행복함, 아쉬움, 안타까움, 사랑의 마음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곳에서 친구를 사귀게 된다. 밝아진 페드로의 표정을 보며 그림책의 앞면지와 뒷면지가 다시 떠올랐다. 결국 이 그림책은 희망을 전한다.

이민자에 대한 이해, 낯선 곳에서의 적응, 상처와 회복,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책 마지막에 실린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글도 마음에 남았다.

이민을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선물하면 좋을 책. 또 우리 곁의 이민자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