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떠돌 떠돌 씨
신은숙 지음 / 미세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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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 씨'의 이름이 재미있다. 떠돌아다녀서? 떠돌 씨인가? 생각하며 그림책을 펼쳤다.

떠돌 씨가 등장했다. 강가에 흔하디흔한 돌 중 하나였다는 떠돌 씨. 떠돌 씨는 눈, 코, 입이 있는 돌인데, 처음 등장한 모습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 멍-한 무표정한 모습이다.

그러다 떠돌 씨는 누군가의 발에 맞아 어딘가로 떠나게 되고, 그렇게 여행이 시작된다는 이야기가 등장하고 그림책이 시작된다.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다 세상의 반을 떠돌아다녔다는 떠돌 씨! 쉬지 않고 여행을 하였는데, 떠돌 씨에게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 누군가와 쿵! 부딪힌 것이다.

떠돌 씨와 부딪힌 건 작은 나무였다. 쉴 새 없이 말하는 작은 나무! 떠돌 씨와 작은 나무가 만나 대화를 하는 장면이 참 재미있다. 떠돌 씨는 사투리를 쓰고("시방 뭔 냄새여?"와 같은) 작은 나무는 쉴 새 없이 떠벌떠벌 재잘재잘한다. (떠벌씨 이야기에 "말이야, 방귀야!"라고 대꾸하기도 하고)

그렇게 떠돌 씨와 작은 나무는 서로 말이 필요 없는 친한 사이가 되었다.

봄이 되고 작은 나무가 성장하자 떠돌 씨도 고민 끝에 다시 떠난다. 그렇게 떠돌 씨는 구르고 구르며 예전의 떠돌 씨처럼 여행을 한다. 마음이 다시 헛헛해진 떠돌 씨는 생각하다 지나온 길을 구르고 또 굴렀다.

떠돌 씨는 다시 누군가와 쿵! 떠돌 씨는 누구를 만나게 된 것일까?

그림책을 보며 인상 깊었던 장면은 떠돌 씨가 밤을 새우며 고민하다가 결심을 하는 순간이었다. 떠돌 씨가 밤을 새우며 생각하고 결심하는 순간이 두 번 나오는데, 삶을 살아가며 누구나 이렇게 선택 앞에서 밤을 새우며 고민하고 결심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떠돌 씨가 밤새 고민할 때의 표정은 떠돌 씨가 처음 등장할 때의 표정과 같다. 자신의 갈 길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 떠돌 씨의 표정에 공감이 되었다.

나는 떠돌 씨처럼 밤새 고민하고 결심하고도 결심대로 나아가지 못한 적이 있다. 그러나 떠돌 씨는 결심하고 나아갔다. 어떤 상황을 만날지 모르지만 나아갔을 때, 얻는 경험이 있다. 떠돌 씨의 나아감이 왠지 부러워졌다.

하나 더 인상 깊었던 점은 떠돌 씨가 커다랗게 성장한 작은 나무를 다시 만나서 하는 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나한텐 평생 작은 나무여." 큰 나무가 된 작은 나무는 말한다. "아무리 그래도 나한테 떠돌 씨야."라고. 떠돌 씨와 작은 나무의 대화가 재미있어서 처음에는 가볍게 그림책을 보았는데, 변화된 서로를 처음 만났던 그대로 보아주는 모습이 뭉클하기도 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서로에 대한 마음, 우정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재미있기도 하면서 생각할 부분을 던져주는 나에게 의미 있는 그림책이었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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