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뛰어나온 토기는 엄마에게 토끼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놀라지 않네요. 토끼로 변하는 늑대에게는 참 놀랄일인데 말이죠. 엄마, 아빠는 그저 토끼로 변한 늑대 빌리에게 음식을 올라가서 먹으면 어떡하냐고 잔소리만 할 뿐입니다. 빌리는 늑대가 아니고 토끼가 되어서 늑대처럼 먹을 수 없는데 말이죠.
학교에 갔지만 선생님과 친구들도 토끼로 변한 빌리를 보고 놀라지 않아요. 그저 잡기 놀이를 할 때 친구들에게 쫓길 뿐이죠. 수업시간에는 토끼 잡는 법을 배웁니다. 수업을 들으며 온몸의 털이 바짝 서는 빌리에요. 그리고 친구들은 고기덩어리를 먹고 빌리는 풀을 먹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참새가 떨어뜨린 사과 한 개를 먹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늑대가 되었네요. 이 장면에서는 거울에 늑대 모습이 비춰있고, 액자에는 토끼 사진이 걸려있어요.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았는데, 아이는 늑대가 토끼로 변하고 토끼가 늑대로 변하는 모습에 눈을 똥그랗게 뜨며 절 쳐다보았어요. 그리고 가장 놀라고 재미있어했던 장면이 나옵니다. 늑대가 되어 방 문을 나선 빌리가 토끼로 변한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는 장면이었어요. 이 장면에서 함께 깔깔깔 웃었습니다.
저희는 깔깔깔 웃었지만 그림책 속 분위기는 달라졌어요. 토끼로 변했을 때는 시큰둥했던 엄마, 아빠가 늑대로 변한 빌리의 모습을 보며 비명을 지릅니다. 늑대에서 토끼로 변했을 때도 빌리이고 토끼에서 늑대로 변했을 때도 빌리인데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지네요.
집을 나선 빌리가 이번에는 학교로 가봅니다. 학교에서는 빌리는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그리고 다시 집에 돌아가 잠이 든 빌리에게는 또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이 그림책은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그저 늑대가 토끼로 변하고 토끼가 늑대로 변하고 엄마, 아빠, 선생님, 친구들이 토끼로 변해버리는 이야기이죠.
학생이 된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는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나는 나인데, 어느 때는 토끼가 되기도 하고 어느 때는 늑대가 되기도 하죠. 나의 모습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도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고요.
‘나는 누구일까?’ 끊임없이 고민하며 삶을 살아가게 되는 질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림책을 몇 번 더 펼쳐봐야겠습니다. ‘나는 누구일까?’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