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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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좋다.' 그런데 어떻게 표현을 하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작가의 말이 떠올랐고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오래전 어는 밤에 동네 산책을 하다 무심코 올려다 봤던 하늘. 그리고 하늘에 떠 있는 달. 달이 글 좀 재밌게 쓸 수 없냐? 타박하는 듯해서 시작된 이야기라고 한다. 실제로 독자들을 만나면 먹먹하게 말고 명랑하게 써 달라고 해서 독자의 요구를 들어 준 책이다.

 

 사실 맨 처음부터 시작하는 명랑함은 26편의 이야기 속에 잘 녹아내려 읽는 재미를 준다. 그리고 대박은 마지막 이야기 사랑스러운 할머니들 편(궁금하면 책을 읽어 보시길). 그러나 여기 주인공은 엄살이 심한 듯하다. 치과가는 건 그렇게 두려운 게 아닌데.. 나도 얼마 전까지 치과 치료를 받아서인지 치료적인 부분에서는 공감이 덜 했으나 할머니들의 사랑스러운 대화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든 점이 재미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 중 한 사람이 고흐인데 여기서도 고흐의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고흐의 삶의 신조는 감동 구절이기도 하다. 옮겨 보면

"침묵하고 싶지만 꼭 말을 해야 한다면 이런 걸세.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산다는 것. 곧 생명을 주고 새롭게 하고 회복하고 보존하는 것. 불꽃처럼 일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하게, 쓸모 있게 무언가에 도움이 되는 것. 예컨대 불을 피우거나, 아이에게 빵 한 조각과 버터를 주거나, 고통받는 사람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는 것이라네." 멋!지!다!

 

 내모습을 보는 듯한 에스프레소. 주인공 나이는 아니지만 내가 느끼는 그것이 담겨 있는 이야기였다. 인생은 정답이 없는 것 같다. 그 순간을 열심히 살았으면 되었고 또 지금은 지금 이순간을 즐겁게 즐기면 되는 것 같다. 주인공 할아버지는 최선을 다했고 지금도 그런 듯. 그게 인생인 듯하다.

 

 J가 떠난 후는 살갑지 않은 딸이면 다들 공감할 것이다. 엄마와 평소 전화가 없던 딸이 동생의 부재로 대신 엄마와 통화를 하게 되었을 때 그 어색함. 누구보다 친할 법한데 더 멀게만 느껴지는 그런 느낌. 그러나 그 어색함도 잠시. 엄마가 좋아하는 드라마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통해버린 엄마와 딸. 딸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정말 마음 따뜻해지는 보석같은 이야기들이다. 위로 받고 싶을 때, 웃고 싶을 때, 울고 싶을 때에도 짧은 소설을 하나씩 큰 소리로 읽어 내려가다 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져 오는 느낌이다. 끝으로 작가의 말에 나와 있는 글을 옮겨 보겠다. 아래 글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해 주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작가의 말이 좋다. 작가의 말을 읽으면 이 소설이 어떻게 해서 탄생했는지 알 수 있으므로.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면 더 좋겠지만서도^^

 

 나는 달에게 우리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짧은 형식의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이었으면 하는 마음도 함께 일렁거렸다. 집에 돌아와 책상 위의 노트 한켠에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고 써놓았다. 달이 듣고 함빡 웃을 수 있는 이야기, 달이 듣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이야기

 

 새벽의 한순간, 여행지에서의 한순간, 일상을 꾸려나가는 한순간, 책을 읽는 한순간, 당신 혹은 우리가 만났던 한순간들. 그러니까 내가 머물러 있던 어떤 순간들의 반짝임이 스물여섯 번 모인 셈이다.

 

 이 봄날 방을 구하러 다니거나 이력서를 고쳐쓸 때, 나 혼자구나 생각되거나 뜻밖의 일들이 당신의 마음을 휘저어놓을 때, 무엇보다 나는 왜 이럴까 싶은 자책이나 겨우 여기까지?인가 싶은 체념이 당신의 한순간에 밀려들 때, 이 스물여섯 편의 이야기들이 달빛처럼 스며들어 당신을 반짝이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한우리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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