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요 언덕
차인표 지음, 김재홍 그림 / 살림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고 3때 그가 나왔던 '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녹화해서 야자 빼먹고 보충수업 빼먹으면서 학교랑 가까웠던 울 집에서 친구들이랑 틈만 나면 보고 광분했던 시절이 있었다. 핸섬하면서도 자상한 이미지를 가진 그의 매력에 반하지 않았던 그당시의 여고생은 흔치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고3 힘든 시기를 그가 나오는 드라마를 보는 낙으로 살았던 만큼 너무나 좋아했던 배우였기에 그가 소설을 냈다는 소식은 그렇게만은 반갑지 않았다. 그냥 연기만 잘하면 되지.. 소설은 왜? -.-;; 대충 써서 출판사에서 편집 해 준걸로 연예인 누가 책을 냈다는 식의 광고로 책 냈다고 할려고??
 
근데.. 그게 아니었다. 그는 배우보다 작가란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듯 했다. 잔잔하면서도 따뜻하게 써 내려간 그의 소설을 읽노라니 그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되고 더 멋있게 느껴졌다.
 
일제 강점기 시대의 백두산 호랑이 마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 <잘가요 언덕>은 엄마와 동생의 복수를 위해 백호를 찾아 이 마을로 오게 된 용이, 어릴적부터 부모를 여의고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순이, 너무나도 맑고 고운 심성을 가진 훌쩍이, 나라와 어머니를 사랑했지만 나라의 잘못된 시대적 요구로 인해 일본 장교로 오게 된 가즈오라는 인물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운명은 바뀔 수가 없었던 것이었는지.. 용이와 가즈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순이가 다시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필리핀까지 가게 된 이야기는 내심 용이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더래요..라는 동화같은 결말을 기대만큼 너무나 서글프고 안타까웠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 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다시금 느끼며 그분들의 맺힌 통한이 하루라도 빨리 풀어 질 날이 오길 바란다. 진실된 사죄로 용서를 구하는 일본과 그 용서를 받아들이고 화해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백두산 호랑이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잘가요 언덕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순이 할머니의 70년만의 고향방문 이야기.. 슬프고도 엉엉 울고픈 가슴아픈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들이지만 왠지 그분들이 참고 견뎌내신 것처럼 읽는 내내 감정을 꾹 숨기고 슬퍼하는 내색을 보여서는 안 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끝내 눈물을 훔치게 만들었던 작가 차인표의 소설..
짧은 시간에 술술 읽혀내려간 소설이었지만 감동은 오래 지속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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