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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의 일기장
전아리 지음 / 현문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직녀의 일기장]은 <세계일보>에서 제정한 2008년도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86년생 '문학 천재'로 주목 받아온 젊은 작가 전아리의 소설이다. 열여덟 살 소녀 직녀의 일상 생활을 다루고 있는 성장 소설인 이 작품은 읽는 내내 학창 시절로 돌아가 웃음과 함께 그 시절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릴 수 있게끔 해 주었고, 여러 등장 인물들의 대화와 행동, 생각 속에서 아직은 철이 덜 든 어른으로서 배울 점이 많았다.
간결한 문체로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글솜씨, 86년생이 쓴 책이라고 믿기엔 인생의 내공이 팍팍 들어간 좋은 책이었다.
책 속에서 그녀가 전하는 메세지는 현재를 살아가는 십대들의 진솔한 이야기 속에서 그들을 조금더 이해하며 사랑하며 배려해 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도록 해 주었다.
뭐, 나는 오해를 받거나 누명을 뒤집어쓰는 것에는 익숙하다. 한때는 학교나 집에서 억울한 입장에 처할 때면 얼굴에 핏줄을 세우며 바락바락 대들곤 했다. 그러나 전부 기력 낭비라는 걸 깨달았다. 아니라는 게 밝혀지고 나면, 어른들은 사과를 하는 대신 도리어 화를 더 낸다. '니가 평소에 잘 했어야지' 혹은 '그건 그렇고, 너 어른 대하는 말버릇이 그게 뭐야?'
어른들이 평소에 은연 중에 자주 이야기했던 그 멘트가 아닌가?.. 정말 미안했다. 앞으론 명심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받지 않도록 해야겠지?
평행선에 관해 작가가 들려주는 두 가지 생각. 물론 두번째처럼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은 참 아름답고 가슴 아픈 일도 없을텐데..
적당히 거리를 둔 평행 관계가 좋은 거야. 두 개의 선이 어느 점에서 만나 버리고 나면, 그 뒤로 남는 건 멀어지는 일밖에 없어.
선과 선이 한 번 맞물리고 나면 그 뒤로는 계속 멀어지기만 하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둘 중 한 개의 선이 몸을 구부려 곡선이 되기만 하면 다시 만나는 것쯤은 별거 아닐 텐데.
타인의 죽음이 너무 허무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우리더러 삶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이며 살라는 세상의 암시가 아닐까. '끝은 이렇게 간단하고 순식간이야. 그런데도 너 계속 그렇게 미적거리며 우울하게 살래?'라는 투로 말이다.
나름 가장 감명깊은 구절이 아닌가 한다. 요즘 들어 유명인의 절명 소식을 자주 듣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일까? 죽음이 어릴 때만큼보다는 덜 무섭게 와 닿는다. 어차피 한번 살다가는 인생 멋지게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닐까? 미적거리며 게으르게 생활하는 내 자신을 돌이켜 보니 멋진 삶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돌아볼 때 부디 덜 후회하고 좀더 멋지게 살았구나하며 스스로 만족하고 기뻐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보며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지! 좀더 부지런해져야지! 하며 마음 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