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좋은 일이 있다는 건 인생의 중심에 서 있다는 증거야.

최악 - 개정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일본의 최고 인기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의 소설은 항상 유쾌하고 즐겁고 재미있고 읽고 난 후에도 산뜻한 기분이 들게 했다. 그러나 이 소설 [최악]은 글쎄다. 읽는 내내 암울하고 슬프고, 다 읽고나서도 찜찜한 기분이 드는건 왜일까?
내가 실제로 겪은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건만 그 상황에 너무 몰두해 버려서 그런걸까? 인생이란게 뭔지 참...
 
가와타니 철공소 사장님 가와타니 신지로, 은행원 후지사키 미도리, 비행 청년 노무라 가즈야.
이 세명의 주인공의 인생. 순탄하게 흘러가줘도 되겠건만 엎친데 덮친 격보다 더더욱 심한 최악의 상황을 만나고야 만다.
이들은 전혀 만나지 않을 것 같거나 상관 없을 사람들 같았지만 결국 이들이 내달린 최악의 상황과 맞물려 만나고야 만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열심히 살아온 신지로. 그는 오직 큰 기계를 가지고 조금더 돈을 벌어보려고 했던 작은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모범생 미도리 또한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고 반항 없이 사회에 순응하며 살고자 했다. 불행한 어린 시절 때문에 가즈야는 양지의 바른 생활보다는  삶의 목적 없이 우울한 나날을 정처없이 보내고 있었다. 이런 평범하고도 보통의 우리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겪게 된 사건들은 꼬이고 꼬여 결국 큰 일을 치고야 말았다.
 
마치 한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 속에 이들이 맞닥뜨린 상황은 참 안됐구나. 세상사 다 그런 것이지 하며 위로하기엔 참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었다.
 
안 좋은 일이 있다는 건 인생의 중심에 서 있다는 증거야.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다 겪게 되는 게 인생이다. 이런 처절한 상황과 마주친 일 없이 평범하지만 순조롭게 지금껏 살아온 인생이 고마울 뿐이다.
세명의 주인공이 최악의 상황에서 내보인 인간의 고뇌와 엉뚱함, 비애. 쉽게 지나쳐 버리기엔 우리의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이었지만 최악의 상황으로 내달리는 그들의 이야기는 빠른 전개로 펼쳐지며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했다.
인생이 꼬인다거나 일이 잘 안 풀리거나, 내가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들보다 더 불행할 순 없다! ...... 최악의 상황도 결국 타임 종료가 되면 새로운 삶이 펼쳐질 지어니... 부디 실망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