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의 신비한 매력 속으로

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과학도서라면 으례히 어려운 용어들과 공식들로 가득차 있을거라는 막연한 생각은 <생물과 무생물 사이>란 이 책을 읽고나서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이 책은 나의 지적 호기심을 유발하며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 대단한 책이었다.

 이 책에서는 생명체의 관점이 분자생물학적 생명관, 즉 플라스틱 조립식 장난감으로 구성된 분자 기계에서 출발하여 동적 평형상태를 유지하려는 생명체의 섭리로 귀결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DNA의 발견과 이중나선 구조의 비밀 등의 생명현상을 주요 연구자를 중심으로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하여 비전문가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전개하고 있다. 생명체 및 생명현상 전반을 아우르면서 생명체의 비밀을 파헤져 나가는 작가의 전개가 놀라울 정도로 글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생물이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에서 출발한 물음에 작가는 "자기 복제 시스템"이라는 대명제로 답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생명체를 설명할 수 없음을 언급하며 실질적으로 더 중요한 생명체의 근원인 "동적 평형상태"를 우리에게 친숙한 광우병에 대한 예로 설명하고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여기서 자연계의 근본원리인 동적 평형상태의 유지가 생명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이러한 빠져나올 수 없는 과학적 매력이 20세기 위대한 천재 물리학자이자 노벨물리학 수상자인 에어빈 슈뢰딩거가 생명체의 근원으로 연구분야를 바꾸게 한게 아닐까?

 유전적으로 특정 DNA가 제거된 녹아웃 마우스를 생물학적으로 조사 결과, 정상적인 마우스와 동일하게 아무런 생물학적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은 생명체의 동적평형이 갖는 유연한 적응력과 자연스러운 복원력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게 한다. 이러한 생명체 근원 앞에 무릎 꿇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작가의 표현에 새삼 생명의 엄숙함을 느끼게 된다.

 학교 생물시간에 이 책을 활용한다면 생명과학의 신비함과 매력에 빠질 젊은 과학도들이 많이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