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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박주영 옮김, 김복영 감수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존놀스의 대표작 <분리된 평화 ; A Separate Peace>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을 배경으로 전쟁은 계속되어지고 있으나, 평화로운 학창 시절은 보내던 소년들이 전쟁에 징병되어 가기 전 그들의 야수성을 경험하게 되며, 진정한 인간 내면의 평화를 이루는 소년은 어른이 되지 못한채 눈을 감고, 이 책의 주인공은 그 기억을 안고서 전쟁에서 끝내 살아남고 어른이 되어 그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를 다룬 성장 소설이다.
누구에게나 자기만 소중히 간직하는 특별한 순간은 있다. 이는 최고조에 달한 감정에 온전히 휩쓸리는 순간을 말하며, 이후 이런 경험을 한 사람에게 '오늘날의 세계' 또는 '인생'이니 '현실'이니 하는 말을 하면 그 경험을 한 것이 50년 전 과거라 할지라도 그것을 지금 이 순간으로 여길 것이다. 그때의 세계가 고삐 풀린 격렬한 감정 때문에 뇌리에 각인되어서 지나가 버린 그 순간의 흔적을 영원히 지니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이 영원히 간직하면서 살아갈 그 시절의 기억들.
비록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절대 평화가 존재한다는 것이 모순일 수 있지만 학창 시절에서 느낄 수 있는 자유와 혈기왕성한 그들의 젊음과 열정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고, 친구와 함께여서 더 행복했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자기 자신 속에 존재했던 야수성으로 인해 아주 절친했던 친구를 다시는 운동을 할 수 없게 하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우정은 지속될 수 없듯이 분명 이들은 줄타기 하듯 이어지는 우정 속에서도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또다른 친구들의 야수성으로 인해 또다시 찾아오는 가슴 아픈 기억하나더.
이 일로 인해 다시는 건너 올 수 없는 길을 건너가게 되는 친구가 살아 생전 마지막으로 전하게 되는 말
난 너를 믿어. 널 이해하고 믿으니까 이제 괜찮아. 넌 벌써 내게 보여 줬어. 그리고 난 널 믿어.
친구의 야수성을 용서하고 이해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배려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친구를 사귐에 있어서 내면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방어기제와 서로 다른 내면의 속삼임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려는 것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과연 어떤 것이 올바른 것인지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는 책인 것 같다.
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가끔씩 겪게 되는 혼란이기에 나에게도 인간관계, 배려, 우정 등에 대해 좀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책이었다.
너희 둘 다 옳다고 판단되는 일을 하렴,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만 옳은 일 말고, 나중에 봐서도 옳은 일이 될 거라고 확신하는 일을 해야 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