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뒤죽박죽 달구지 여행 ㅣ 열린어린이 그림책 22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 윤인웅 옮김 / 열린어린이 / 2009년 3월
평점 :
아, 이 그림풍! 딱 봐도 윌리엄 스타이그 작품이군요. 다양한 소재와 기법의 변화를 주는 작가들도 다양한 즐거움을 주지만, 윌리엄 스타이그처럼 자신만의 고유한 그림 스타일을 유지할 때, 독자들은 일단 반갑고 친근하며 안정감을 느낍니다. 그리고는 이야기에 빠져들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지요. 이 위트 넘치는 이야기꾼은 글과 그림의 유기적인 조화 속에 독자들을 꼼짝없이 빠져들게 합니다.
<뒤죽박죽 달구지 여행>은 농부 팔머가 당나귀 에브네저가 끄는 마차를 타고 장에 가서 물건을 팔아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에 일어나는 사건을 그렸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달구지 여행은 정말 파란만장하지요. 번개 맞은 나무가 달구지를 덮치고, 바퀴가 빠지고, 마침내 달구지는 산산조각이 나고…….
그런데 이런 사건들이 숨가쁘게 느껴지지 않고, 왠지 평화롭다고까지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농부 팔머가 달구지를 꺼내기 위해 화난 얼굴로 도끼로 나무를 내리치자 신기한 장면이라며 사진을 찍는 당나귀 에브네저, 굴러가는 바퀴를 쫓아가면서도 하모니카를 부는 농부 팔머……. 바로 이런 위트와 여유로운 시선 때문이 아닐까요? 이런 여유로운 시선이 우리를 얼마나 웃음 짓게 하고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지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이미 마음속에 마지막 장면을 그려놓고 있었나 봅니다. 마치 옛이야기의 결론처럼 결국은 모든 소란스러운 일들이 정리되고 따뜻한 가정의 품에 돌아가고, 가족이 서로 얼싸안게 될 거니까요. 아이들과 함께 낄낄거리고 웃음 머금으며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