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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나의 야고보 길 여행
하페 케르켈링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선, 나는 여행이라는 것에 대해 늘 동경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서평단에 신청하게 되고 이 책을 받게 되자 정말 기뻤다.
직장에 들어가고 나서야 여행이라는 것을 가게 되었다. 바로 갔다 와서는 머리가 텅 빈 것 같더니만 두고두고 내 가슴속에 남아 있고 내 일상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그때의 유명했던 것이 생각나는 것보다 여행 중에 잠시 앉아 바라보던 노을. 그 속에 떠오르던 얼굴. 내 삶이 참 소중하다는 그 느낌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엉덩이가 들썩들썩했다. 배낭을 메고 가고 싶다!!!!!!!! 작가가 만난 사람이 나였음 하기도 했다.
이 작가. 하페 케르켈링. 갑자기 담낭이 터지고 심근경색이 의심되어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게 되면서 당장 서점으로 달려간다. 거기서 <기쁨의 야고보 길>이라는 책을 보게 되고 여행을 결심한다.
<누구든 산티아고까지 순례를 하게 되면 가톨릭교회는 친절하게도 그가 저지른 모든 죄를 사하여준다고 한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 길인가!
여행을 할 때 길에 대한 매력으로 길에 앉아 사진을 찍곤 한다. 그 어떤 사진보다도 여유롭게 그리고 사람과 그렇게 잘 어울리는 것도 없을 듯하다.
그 길은 물론,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요란한 비와 안개, 경사진 암벽, 달리는 자동차 옆에서 목숨을 내 놓고 걷는 것 등등. 또한, 길에서 만나는 여러 힘든 사람들.
여행의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조금씩 다르기도 하지만. 첫째는 시간, 둘째는 건강, 셋째는 함께 할 사람이다. 특히 이 세 번째 조건은 매우 중요하다. 여행을 가게 되면 아무리 착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도 지치게 마련이다. 또한, 자신도 즐기고 싶은 것이 있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며 보고 싶은 것이 있다. 따라서 여행을 가면 그런 맘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너무 서로가 버거우면 솔직하게 말하고 잠시 따로 여행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페는 드디어 함께 할 사람을 만난다. 처음에는 치한(?)으로 생각하고 쌀쌀하게 대하다가 같은 숙소에서 자게 되는 앤과 엄마처럼 챙기는 쉴라를 만나게 된다. 이들과의 여행은 혼자만 하는 여행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게 된다. 그리고 길을 가다 만난 사람들을 반추하게 된다.
<에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었고, 믿음이란 과목에 대해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티나의 과목은 유머다. 그녀를 생각하면 웃게 된다. 앤이 가르치는 흥미진진한 과목은 의심이다. 아메리코는 내가 나의 분노를 잘 다스리지 못하면 인생에서 낙제점을 받을 위험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렇듯 여행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삶의 의미가 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이 책에서 앤은 ‘생각을 놓아라’고 말한다. <직장에서 문제가 있거나 다른 어떤 걱정거리가 있든 간에 그냥 생각을 놓아요. 그것을 되씹지 말아요. 왜냐면 당신만이 그것을 끊을 수 있기 때문이죠!> 여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생각을 놓아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하페. 지금쯤 또 다른 여행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이번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설레고 지금 좀 힘든 일이 있어도 웃을 수 있다.